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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제 위원장 "자민련과 다른길 가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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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민주당 이인제(李仁濟)선거대책위원장이 서서히 '공동정권 분리론' 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는 28일 오전 서울 시내 프라자호텔에서 열린 국민정치연구회 초청강연에서 "자민련은 신보수의 깃발을 들었고, 민주당은 이와 전혀 다른 개혁과 변화의 깃발을 든 만큼 별도의 정책과 인물로 국민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 고 연합공천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李위원장은 또 "김대중(金大中.DJ)대통령과 자민련 김종필(金鍾泌.JP)명예총재가 손잡고 국가의 위기를 극복한 점은 높이 평가하나 양당간 통합이 실패한 이상 총선 공조는 쉽지 않을 것" 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심지어 "2여(與)공조 약속이 변함없이 갈 수 있겠는가" 하고 의문을 제기하기까지 했다.

민주당과 자민련이 각자의 길을 가자는 얘기다.

그의 발언은 자민련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드는 내용이다.

또 청와대와 동교동계의 '공조 유지' 입장과도 궤를 달리한다.

동교동계 실세인 민주당 김옥두(金玉斗)사무총장 등은 "2여 공조가 깨지는 일은 절대 있을 수 없다" 고 강조하고 있다.

자민련을 잡지 않고선 정권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다.

李위원장이 굳이 공동정권의 최고 수뇌부인 DJP의 뜻과도 배치되는 듯한 발언을 거듭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민주당 핵심 당직자는 "李위원장이 2002년 대선을 염두에 두고 2여의 틈새를 벌리고 있는 것 아니냐" 고 분석했다.

"2여 공조가 깨질 경우 충청권의 차기 주자임을 자임하는 李위원장은 자유롭게 충청권을 공략할 명분을 얻게 되고, 金대통령도 차기 대선주자로 李위원장 아닌 대안(代案)을 찾기 어려워진다" 는 것이다.

실제 李위원장 진영에선 "충청권 맹주인 JP를 극복한 다음 민주당의 확고부동한 차기 주자로 자리잡아야 한다" 는 말을 하고 있다.

그가 이번 총선에서 충남 논산-금산에 출마할 의지를 보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李위원장의 이런 독자행보가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미지수다.

당내에 한화갑(韓和甲)지도위원과 김옥두 사무총장.정균환(鄭均桓)총재특보단장.최재승(崔在昇)기획조정실장 등 동교동계로 구성된 견제장치가 가동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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