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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전문가 꿈 키워 대학생 됐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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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 때부터 조류를 관찰하고 연구해 온 ‘고교생 새 박사’ 정다미양. 파주 공릉천에서 수리부엉이를 관찰하고 있다. [황정옥 기자]

상당수 대학이 수시 1차 입학사정관 전형 합격자를 발표했다. 모집인원이 대폭 확대됨에 따라 입학사정관 전형은 올 입시의 화두였다. 대학들은 “지원자의 잠재력을 평가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입을 모았다.

초등학교 때부터 8년 동안 새와 친구

입학사정관 전형으로 성균관대와 이화여대, 인하대에 동시 합격한 정다미(일산 대진고3)양. 그는 ‘고교생 새 박사’로 유명하다. 성균관대 홍승우 사정관은 “내신성적 평균 4.5등급이었지만, 특정 분야에 대해 열의를 가지고 10년 가까이 꾸준히 노력한 부분을 높이 평가했다”고 말했다.

그가 조류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건 초등학교 4학년 때. “독수리가 농약을 먹고 죽은 기러기를 먹은 뒤 중독돼 죽었다”는 기사를 읽고 나서다. 이후 조류도감을 구입해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새 400여 종의 모습과 특징을 익혔다. 주말에는 부모와 함께 망원경과 사진기, 캠코더를 챙겨 전국을 누볐다. 탐조(探鳥)여행 중 본 새의 모습을 찍고, 관찰했던 새에 대해 꼼꼼히 기록했다. 초등학교 때부터 쓴 관찰일기가 30권이 넘는다.

고등학교 진학 후에는 제비와 수리부엉이(천연기념물 324호)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다. ‘새는 자기장을 감지해 귀소한다’는 속설을 검증하기 위해 제비 머리에 자기장 방해 자기테이프를 붙인 뒤 300km 가량 떨어진 곳에서 날려보냈다. “제비가 같은 집으로 돌아왔어요. 자기장보다는 시각적 지표가 귀소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는 걸 알았죠.”

정양은 수리부엉이의 배설물(펠릿, 맹금류가 먹이를 먹고 소화되지 않는 뼈나 털을 덩어리째 뱉어낸 것) 수집이 취미다. 펠릿을 통해 어떤 종류인지, 서식환경은 어떤지 알 수 있기 때문. “배설물이라 더럽지 않냐고요? 사랑스러워요.” 지난 5월에는 ‘수리부엉이의 펠릿을 통한 먹이분석 및 소화특성 연구’ 보고서로 전국과학전람회에서 국무총리상까지 받았다. “앞으로 조류의 번식과 행동양식의 인과관계를 연구하고 싶어요. 피겨선수 김연아 언니처럼 저도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조류학자가 될 거예요.”

봉사로 열매 맺은 남자 간호사의 미래

아주대 입학사정관 전형(러프다이아몬드)으로 간호학과에 합격한 정현욱(경북 영주고3)군은 고등학교 시절에만 352시간의 교외 봉사활동을 했다. 임석철 입학처장은 “제출 서류에서 간호학과와 봉사의 상관관계를 잘 설명한 것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며 “내신은 4~5등급대이지만 1학년 성적보다 2, 3학년 때 성적이 향상됐고, 과학성적은 2~3등급을 유지하고 있어 학업에 큰 무리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정군은 중학교 2학년 11월 부모의 갑작스러운 이혼으로 동생(14)과 함께 경북 영주 외할머니댁으로 내려가야 했다. 그때부터 말수가 줄었고 불우한 가정형편(차상위계층) 때문에 항상 주눅들어 있었다. 학원도 갈 수 없는 형편. 공부가 하고 싶었던 그는 영주가흥종합사회복지관에서 운영하는 공부방에 다녔다. 그러던 중 복지관에서 운영하는 ‘푸른나무봉사단’에 들어가게 됐고, 토요일마다 복지관 청소를 하며 또래 친구들과 어울리기 시작했다. 

고등학교에 입학하면서 그는 본격적으로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고1·2학년 때 봉사단 부대표와 대표를 맡아 단원들과 함께 매달 벼룩시장을 열었다. 모여진 수익금으로 독거노인을 도왔다. 방학마다 길게는 1주일씩 양로원이나 장애인시설에 머물며 어려운 사람들을 돌봤다.

간호학과를 선택한 것도 형편이 어려워 의료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을 돕고 싶어서다. “잘사는 사람만 누군가를 도와야 하는 건 아니잖아요. 저보다 힘든 사람들을 도울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보람이에요.” 정군은 “훗날 간호재단을 설립해 가난하고 아픈 사람들을 체계적으로 돕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글=최석호 기자
사진=황정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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