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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법 불복종 김대통령 "지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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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대중대통령이 19일 시민단체 낙선운동의 공간을 마련해주었다.

시민단체의 선거개입을 막는 현행 선거법을 '5.16 이후 권위주의의 산물' 이라고 규정하면서 "법으로 규제할 수 없다" 고 강조했다.

金대통령의 이런 입장 표명은 법집행을 책임지고 있는 김정길법무부장관의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나왔다.

이는 시민단체의 선거운동을 사실상 처벌하지 말라는 뜻으로 여권에서는 받아들이고 있다.

무엇보다 金대통령의 발언 강도 때문에 그런 해석이 나오고 있다.

金대통령은 시민단체의 낙선운동을 4.19혁명이나 6월항쟁에 비유했다.

"당시에는 모두 실정법 위반이었으나 국민에 의해 정당성을 인정받았다" 고 지적했다.

金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동창회와 씨족단체 등은 사실상 선거운동을 해왔다" 면서 "이를 법으로 금지하는 것은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격" 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金대통령은 여당 간부와의 만찬에서 지시 배경을 "민주정치의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기 때문" 이라면서 정치철학을 강의식으로 설명했다.

"21세기는 참여민주주의.직접민주주의로 바뀐다.

인터넷과 사이버공간에서 모든 게 이뤄지는데 법으로 규제가 되느냐" 고 말했다.

"과거식으로 규제만 하려 하지 말고 발상을 바꿔야 한다" 는 주문도 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시민단체의 선거법 불복종 운동이 이유있다는 게 金대통령의 평가" 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선거법 87조 등은 사실상 사문화(死文化)될 것으로 청와대측은 관측했다.

그러나 金대통령의 이런 발언은 선관위 관계자들을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선관위는 시민단체의 선거개입에 대해 법 테두리 안에서 해달라는 주문을 하고 있다.

지난 17일 경실련의 명단발표를 위법이라고 유권해석할 때도 이들의 활동명분을 감안하면서도 법 준수정신을 우선순위에 두었다.

익명을 부탁한 선관위 관계자는 "시민단체의 선거개입을 막는 선거법 58, 59, 87조가 여야 협상 결렬로 폐지되지 않을 경우 선거관리에 엄청난 혼선이 올 수 있다" 고 걱정했다.

한나라당 장광근부대변인은 "민주주의 기본이 법 준수인데 金대통령이 법을 집행하지 말라는 식으로 언급한 것은 초법적 발상" 이라고 비판했다.

김진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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