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악산 환경평가서 기존 논문 도용 논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5면

제주의 송악산(이중분화구 화산)관광지구 조성사업 허가를 위해 제출된 환경영향평가보고서의 일부 내용이 기존 학자의 연구결과를 '무단도용' 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을 빚고 있다.

제주도 남제주군 대정읍 송악산 분화구(절대보전지구)내에 대규모 레저타운 건립을 추진중인 남제주리조트개발은 한국해외기술공사 등의 용역결과를 토대로 지난해 12월 제주도에 영향평가서를 제출, 사업승인을 얻었다.

문제는 이 평가서 내용중 13쪽에 걸쳐 송악산의 화산지질학적 분석과 형성과정을 다룬 '지형.지질' 부분은 아무런 출처를 제시하지 않고 있는 점.

국내 지질학자 등의 확인 결과 학자 8명의 연구결과를 사전 승인 없이 '도용' 한 것으로 드러나 당사자들이 반발하고 있다.

게다가 개발논리가 아닌 '희귀자원' 임을 주장한 내용인데도 '구색용' 으로 끼워 넣었다는 눈총을 받고 있다.

영향평가서 92쪽 2개의 '송악산 응회환 단면도' 는 조성권(서울대 해양학과).손영관(경상대 지구환경과학과)교수가 1990년 국제퇴적학회지(Sedimentology)에 발표한 논문 1116.1117쪽의 도면을 그대로 실었다.

또 93쪽의 '송악산 응회환.분석구의 지형형태' 도면도 아무런 출처 표시 없이 한국자원연구소 이동영 박사 등 3명의 보고서 중 53쪽 도면을 그대로 실었다.

게다가 95쪽 본문부터 다음쪽 본문은 황상구(黃尙九.안동대 지구환경과학과)교수 등 3명이 92년 지질학회지에 발표한 '제주도 송악산의 화산과정' 119~120쪽의 내용을 그대로 옮겨 놓았다.

'95쪽 '송악산 이중분화구 형성과정' 도면 역시 黃교수 등의 논문 119쪽 그림을 그대로 전재했다.

이와 함께 98쪽의 '송악산 응회환 사암층 층서구조' 그림 역시 조교수 등의 논문 1122쪽 그림을 그대로 베껴 실었다.

지질학적 특성상 도면 등은 현장조사.분석이 없을 경우 제작될 수 없는 내용이다.

黃교수 등 해당 학자들은 "송악산의 보호가치를 언급한 것인데도 개발을 위해 작성된 영향평가서에 '구색' 감으로 무단 인용됐다는 게 기가 막힌다" 며 반발하고 있다.

한국해외기술공사 박민대(朴敏大)이사는 이에 대해 "본평가서와 별개로 기초지질조사보고서를 작성했고 본평가서 안에 '화산지질학적' 분석을 보다 심층보완한 부분이며 내용마다 일일이 출처를 밝힐 수는 없었다" 고 말했다.

한편 환경부의 '환경영향평가서 작성 규정' 은 "불가피하게 문헌.기타자료 조사를 실시할 경우 하단에 인용문헌.출처를 반드시 표기해야 한다" 고 못박고 있다.

제주〓양성철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