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실리는 선거구획정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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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국회의원 선거구획정위원회가 관심의 초점으로 부상했다.

3당 총무는 일단 선거구획정위에 국회의원의 '명운' 이 걸린 선거구 조정 작업을 맡기기로 했다.

위원은 국민회의.자민련.한나라당 의원 각 1명과 민간인 4명 등 모두 7명으로 구성된다.

민간인 위원으론 법조계.언론계.학계.시민단체에서 1명씩 참가하게 된다.

규정상으론 의장 직권으로 위촉하나 과거 예로 볼때 각당 추천인사들로 결정될 전망이다.

특히 이번에 구성되는 선거구획정위는 과거와 달리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시민단체의 영향력이 커지고 상대적으로 정치권의 목소리가 작아지는 상황이어서 획정위의 '판정' 을 정치권으로서도 경청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형식상 선거구획정위는 선거구 획정에 대한 권고안을 제시하는 기능밖에 갖지 못하나 비판 여론에 떼밀려 선거법 재협상이 이뤄지고 있는 최근 분위기를 감안할 때 여야 어느 쪽도 객관적인 기구 성격을 띠게 될 선거구획정위 결정을 무시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데 여야의 인식이 일치하고 있다.

실제로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는 "위원회 안을 존중해야 한다" 며 "획정위에서 의원 정수를 결정하면 이에 승복할 것" 이라고 말해 경우에 따라선 획정위가 의원 정수를 줄이는 결정을 내릴 수도 있을 것 같다.

한나라당은 이와 관련, 20여명 정도를 적정 감축선으로 제시하는 견해가 핵심 당직자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국민회의 박상천 총무 역시 "상당한 권한을 가질 것으로 보이며 인구 상.하한선 결정까지 획정위에 맡기는 방안을 검토 중" 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아직 섣부른 기대는 금물이란 지적도 만만치 않다.

국회는 지난 15대 총선을 앞두고도 의욕적으로 선거구획정위를 구성했다.

하지만 이 획정위에 참여했던 각당 1인씩의 여야 의원들이 회의 때마다 '현실론' 을 강력히 개진, '합리적' 으로 선거구를 결정해 보려던 민간위원들의 노력을 차단했다.

이번에도 획정위에 참여한 정당 대표들이 결코 '손해 보는' 결정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우선 각당은 민간위원 선정에서부터 신경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획정위가 1주일 만에 모든 검토와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점도 부담이다.

그래서 도농(都農)통합지역에 대한 조정 정도에서 역할을 마치고 해산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박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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