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프로 모터사이클 '챔프' 2연패 눈앞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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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동관 선수가 자신의 ‘애마’인 혼다 기종의 모터사이클을 타고 포즈를 취했다. 안성식 기자

"누가 그를 막을쏘냐."

지난 4~5일 강원도 태백에서 열린 'KT&G컵 2004 코리아 로드레이스 챔피언십'6차전에서 최동관(30)선수가 또 다시 우승을 차지하자 동호인들 사이에서 이런 감탄이 터져나왔다. 그는 7차전(4~10월 중 매달 한번씩)까지 치러지는 이번 대회에서 다섯차례 우승함으로써 지난해에 이어 챔피언 2연패를 확정지었다.

경남 진주 출신인 최 선수가 모터사이클의 매력에 빠지기 시작한 것은 중학교 3년 때다. 집안 형편이 기울어 신문 배달 아르바이트에 나섰다가 100cc짜리 모터사이클을 처음 타게 됐다. "2년간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모터사이클을 타고 배달을 다녔어요. 남들 100부 돌리는 동안 저는 200부를 거뜬히 돌렸죠. 솔직히 모터사이클 타는 재미로 신문 배달을 오래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신문배달 소년이 10여년 만에 국내 최고의 모터사이클 선수로 성장한 것이다. 하지만 그 여정은 녹록지 않았다. 고3때 위험 운전을 하다 사고를 내 사흘간 혼수상태에 빠진 것을 비롯해 세차례나 생사를 넘나드는 위기를 겪었다. 군대를 다녀와 야식집 아르바이트, 택시기사, 퀵서비스 등 숱한 일자리를 전전하며 번 돈을 고스란히 모터사이클에 쏟아붓는 바람에 집에서 내놓은 자식 취급을 받기도 했다.

"그래도 언젠가 모터사이클 선수로 대성하겠다는 꿈이 있었기에 견딜 수 있었어요. TV로 국제모터사이클연맹(FIM)이 여는 로드레이스 세계 선수권 대회를 지켜보며 이를 악물었죠."

마침내 1999년 용인 에버랜드 스피드웨이 경기장에서 국내 최초의 모터사이클 경주 대회가 열린다는 소식에 그는 뛰는 가슴을 진정할 수 없었다. 그해 첫 출전에서 5위를 차지한 최 선수는 다음해엔 3위로 올라섰다. 'KT&G컵 로드레이스'엔 2002년 처음 출전해 2승을 올렸고, 지난해와 올해 연이어 챔피언에 오르며 기량이 급성장하는 중이다.

"명색이 프로이고 챔피언인데 아직 훈련과 경기에만 집중할 수 없는 여건이 아쉬워요. 그나마 지난해까진 막노동을 하면서 경기 비용을 댔는데 올해는 혼다에서 모터사이클을 후원해 주고, 효성에서 일자리를 마련해줘 조금 형편이 나아졌습니다. " 그는 "태극 마크를 달고 국제 대회를 누비는 첫 한국인 선수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신예리 기자 <shiny@joongang.co.kr>
사진=안성식 기자 <anses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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