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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트로이트 모터쇼 참관기] "신기술 개발에 엄청난 투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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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디트로이트〓서익재 기자]미국 디트로이트 모터쇼는 놀라움 그 자체였다. 세계적인 자동차 메이커들이 이미 갖춘 기술력이나 차세대 신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쏟아붓는 투자규모가 엄청났기 때문이다. 이같은 신기술 경쟁.규모의 경제 싸움에서 밀리면 10년쯤 뒤 과연 국내 자동차 산업이 국제무대에서 설 땅이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디트로이드 모터쇼(9~23일)의 화두(話頭)는 환경친화적 기술개발과 인터넷-자동차 산업간 연계였다. 메이저 업체들은 수소를 연료로 하는 연료전지(Fuel Cell)차, 인터넷 접속 환경을 완벽히 구현한 인터넷 차 등을 앞다퉈 내놓았다.

세계 최대 업체인 제너럴모터스(GM)는 컨셉트카인 '프리셉트' 를 내놓으면서 35㎾짜리 전기모터와 디젤엔진을 함께 사용하는 하이브리드카 모델과 연료전지 모델을 동시에 선보였다. 하이브리드형은 휘발유 1갤론(3.8ℓ)으로 80마일(1백28㎞)를 달릴 수 있다. GM은 또 가솔린엔진.전기모터.연료전지 등 3개의 구동방식을 동시에 사용하는 컨셉트 미니밴 '트리엑스' 도 선보였다.

포드는 모터쇼 기간중 세계 최초로 전기엔진.연료전지 차량의 개발 및 판매를 전담하게 될 독자 브랜드 '팅크(TH!NK)' 의 출범을 발표했다. 포드는 또 휘발유 1갤런으로 70마일(1백12㎞)을 달리는 전기-디젤엔진의 하이브리드카 '프로디지' 도 내놓았다.

GM.포드.다임러크라이슬러 등 메이저 3사가 각종 차세대 구동장치 개발에 들이는 비용은 연간 약 10억달러(약 1조2천억원). GM은 연료전지 개발에만 연간 1억달러(약 1천2백억원)이상을 투자하고 있다.

GM의 대체구동기술 개발담당 전무인 바이런 맥코믹 박사는 "앞으로 5년안에 연료전지차의 상용화를 위한 기술 개발이 완료될 것" 이라며 "환경친화적 기술을 갖추고 있느냐의 여부가 업체의 흥망을 가를 것" 이라고 말했다.

인터넷과 자동차 산업의 연계는 전자상거래와 차안의 인터넷 환경 구축이란 부문으로 나뉘어 진행되고 있다.

양대 메이저 업체인 GM과 포드는 이번 모터쇼 기간중 온라인 부문에서 각각 아메리칸온라인(AOL), 야후(YAHOO!)와의 합작을 발표했다. GM은 AOL의 2천만 가입자에게 승용차와 트럭을 온라인으로 판매할 계획이다. 포드는 차량 등록부터 정비, 교통안내 서비스 등을 야후와 합작해 제공하게 된다.

포드는 또 차에 컴퓨터 모니터.위성 무선전화를 장착, 인터넷 접속을 수시로 가능케한 컨셉트카 '24.7' 을 내놓았다. 하루 24시간, 일주일 내내 인터넷 접속이 가능하다는 뜻의 이 차에 대해 포드측은 "노트북을 사라지게 만들 차" 라고 설명했다.

국내 메이커 4사도 모터쇼에 자동차를 선보였다. 그러나 미래형 컨셉트카는 단 한대도 없고 국내에서 시판중인 모델을 전시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더구나 국내 자동차 업체의 차세대 환경친화적 기술개발이나 인터넷과의 연계사업의 수준은 아직 초보적인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제 겨우 차세대 디젤엔진이나 전기모터 개발에 발을 들여놓은 상태며, 인터넷 판매 등 유통 쪽의 체질 개선도 시작한 지 1년이 되도록 제자리 걸음이다. 국내 업계가 대우차.삼성차 매각에 정신이 팔려있는 사이 선진 업체들은 더욱 더 멀리 앞서 달려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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