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선거법 재개정' 3당 총무 긴급토론 전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여야의 정치관계법 합의내용에 대한 여론의 비난이 거세다. 정치권은 급히 선거법 등 관련법 재개정 논의에 나섰으나 구체적 당론조차 아직 마련하지 못한 상태다.

더구나 임시국회는 18일이 폐회일이어서 충분한 토의를 할 시간적 여유가 없다. 국민회의 박상천(朴相千).자민련 이긍규(李肯珪).한나라당 이부영(李富榮)총무간의 긴급 삼각토론을 통해 3당의 자세한 입장을 알아봤다. 토론은 17일 오후 동일한 질문을 총무들에게 한 뒤 답변을 받는 형식으로 이뤄졌다.

-여야 모두 지도부가 재협상 의사를 밝혔다.어떻게 할 생각인가.

▶박상천=당총재등과 논의한 끝에 재협상을 하기로 했다.15일에는 야당이 국회 본회의장을 점거하고 공동여당의 출석의원들조차 1백42명밖에 되지 않았다.당시 합의는 회기연장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강요된 측면이 있었다.그래서 재협상을 시도하는 것이다.

▶이긍규=원칙·기준·명분에 충실하게 재협상하겠다.다만 인구기준을 바꿀 생각은 없다.7만5천-30만명 기준은 88년에 정해졌다.지금은 그때보다 인구수가 7백10만명이 늘어났다.사실상 국회의원 수가 24명이 준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부영=진정한 정치개혁을 위해 모든 문제를 열어 놓고 협상안을 전면 재검토 하겠다.근본적이고 본질적 수준에서 접근한다.의원 수 줄이는 것도 포함된다.문제는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정략적 접근이다.金대통령이 선거법 협상에 일일이 관여해 놓고 이제 책임을 정치권에 떠넘기는 것은 후안무치하다.따라서 청와대가 해명을 하고 새로 협상을 시작하는 게 온당한 자세다.

-현실적인 대안이 있나.현행법대로 총선이 치러지는 것 아닌가.

▶朴=현행법으로 치를 경우 헌법재판소 합헌기준인 인구편차 4대1에 미달하거나 초과하는 선거구가 많이 나오게 된다.그러면 선거무효가 될 가능성이 있다.우리당은 6개항을 재협상대상으로 선정했고 이를 제시할 것이다.

▶이긍규=다른 건 몰라도 선거구 재획정은 해야만 한다.위헌시비는 피해야하기기 때문이다.

▶이부영=현행 선거법대로 재협상을 마무리하지는 않겠다.전국단위 1인2표제나 석패율(惜敗率)제 등을 우선 문제제기를 하겠다.

-도농(都農)복합 선거구 4곳을 그대로 둔 것과 인구통계를 9월말 것으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朴=4곳의 도농복합 선거구는 원상회복하는 것이 옳다.그러나 현행 선거법상 인구산정 시점을 선거일전 1년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그 6개월전인 9월말로 했다고 해서 부당하다고 보기는 어렵다.협상타결 임박시점을 선정기준으로 삼을 때 인구를 작위적으로 늘리는 사태도 있을 수 있다.14대 국회에서의 선거구 획정은 95년12월에 협상하면서 같은해 6월말을 기준시점으로 삼았었다.

▶이긍규=도농통합 대상 4개선거구를 그대로 분구상태로 유지한 것은 나도 문제가 있다고 본다.그러나 인구기준일에 대해선 시골의 경우,연말정산 등을 이유로 12월 직전에 많은 인구변동이 생겼다가 다음해 봄에 다시 원상태로 돌아가는 경향이 있어 9월기준으로 한 것이다.

▶이부영=수도권 인구집중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수도권 선거구를 무조건 분구하는 것은 막아야 할 필요가 있다.거론된 도농복합 선거구 4곳은 모두 사정이 있다.원주는 강원도내에 가장 인구가 적은 삼척보다 인구가 3배다.경주는 경북의 의성보다 3.5배이며 순천과 군산도 사정이 같다.인구기준은 농촌인구의 변동을 감안해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

-국고보조금이 크게 늘은데 대해서도 비판이 많은데.

▶朴=야당이 정치자금 결핍을 호소하고 있고 선관위도 법인세 1%의 정치자금 기탁안을 내놓은 마당에 야당주장을 부분적으로 나마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

▶이긍규=잘못 알려져있다.음성적인 정경유착 없애고 투명한 정당운영을 위해 국고보조금을 늘일 수 밖에 없다.야당은 사무처 당직자 월급도 주지 못하고 있지 않나.그저 정당 홍보비 정도 올렸다고 생각해달라.

▶이부영=선거공영제를 한다면 국고보조금을 늘릴 수 밖에 없다.하지만 원칙적 수준에서 재협상에 나설 것이므로 다시 논의해 보겠다.

-1인2표·석패율·이중입후보제도 등이 지나치게 복잡해 유권자들이 혼란스럽다는 지적도 있다.

▶朴=현행 1인1표제는 헌법의 ‘직접투표’원칙에 어긋난다.석패율제도를 도입한 것은 현재의 지역갈등 구도에서 각당이 취약지역에서 많은 득표를 해 당선자를 내는 게 지역정당 탈피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 때문이었다.우리당은 영남권 후보들을 이중입후보·석패율제 대상으로 선정할 것이다.이미 유권자들은 지방선거에서 4가지 투표를 동시에 한 적이 있다.

▶이긍규=문제가 없다고 본다.모두 전국정당화등을 정치발전을 위해 필요한 제도다.

▶이부영=우리당은 1인2표에 반대다.국민이 이해하지 못하는 낯선 제도다.무리하고 비현실적인 선거제도를 내놓은 것은 金대통령을 비롯한 여당의 책임이다.이를 밀어붙이는 여당의 태도를 이해할 수 없다.金대통령은 이런 제도들이 정치개혁의 주요 산물인양 강요했다.

-선거법 협상을 진행해 온 당사자들로서 ‘개혁이 아닌 개악(改惡)’이라는 지적에 대해 할말이 없는가.

▶朴=그런 주장은 옳지 않다.위헌규정인 1인1표제를 개혁하는 등 상당한 개혁요소가 있으나 국민의 여망대로 충분한 개혁을 하지 못했던 것이다.개혁의 책임이 있는 국민회의 의석이 전체의 3분의1 밖에 되지 않는 현실을 참작해줬으면 좋겠다.

▶이긍규=여러 지적이 있었으나 기본적으로 3당협상에 대한 이해부족에서 그런 얘기가 나온 것으로 본다.지역구를 늘였다고 비판하는데 지역대표성 있는 국회의원들이 많아야 하는 것 아닌가.지역의원은 민원해결사다.필요하다.

▶이부영=송구스럽다.하지만 선거법 협상에 일일이 간섭한 청와대가 협상결과에 대해 비판하는 것은 자신의 행위에 침을 뱉는 것으로 앞뒤가 맞지 않는 자세다.

-시민단체 낙선운동에 대한 입장변화는.

▶朴=우리당은 시민단체의 선거운동을 금지한 선거법 87조를 삭제한다는 원칙을 세웠다.그러나 선거운동은 선거운동기간중에만 하게 돼있어 그전에 낙선운동을 하는 것은 그 조항을 삭제한 경우에도 문제가 된다.시민단체가 현역의원들을 비판하는 것은 좋으나 시민단체들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았다고 해서 비난하는 것은 민주주의 기본원칙인 상대주의와 복수정당제도에 위배된다.그러므로 시민단체도 낙선운동 등의 기준을 공정하게 재설정해야 할 것이다.

▶이긍규=일단 그들의 (87조)시정요구를 받아 들이겠다.그러나 ‘낙천·낙선자 발표’같은 것은 안된다.구체적으로 시민단체의 운동범위등을 규정한다면 개정여지가 있다.

▶이부영=선거법 87조도 논의대상이다.하지만 개정에는 반대한다는 게 당론이다.시민단체의 운동도 법과 제도의 틀내에서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물론 법과 질서를 강조하면 국민의 에너지가 죽고 법과 질서의 테두리를 풀어주면 무정부 상태의 혼란이 오는 딜렘마가 있다.어쨋든 선거법 87조를 개정해 시민단체가 낙선운동을 한다해도 다듬어야 할 부분이 있다.낙선운동 과정에서 유혈상태가 오면 어떻게 할 것인가.세부논의가 필요하다.

-그동안의 협상과정에 대해 할 말은.

▶朴=협상결과가 국민의 비판을 받게 돼 송구하기 짝이 없다.하지만 야당과 몸싸움을 하기 전에는 선거법 단독처리가 어려웠다.때문에 도농복합 선거구 4곳의 현행유지와 국고보조금 증액을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

▶이긍규=자민련은 협상과정에서 지도부 변화가 있었다.그래서 내 책임하에 소신껏 협상에 임했다.다만 산모(국회)가 애(선거법)을 낳는데 엄청난 진통이 있어,산모도 살리고 애도 살려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이부영=후보자 전과·병역·납세실적 공개,인사청문회 도입 등 개혁적 내용도 많이 담고 있지만 다른 문제에 가려져 별로 주목을 받지 못했다.이점이 아쉽다.

전영기 최훈 최상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