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2000선거] 미국 (上)-부시 '불안한 1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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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미국의 유권자들은 올 11월 7일로 예정된 대통령선거에서 경제호황 업적 속에 정책의 지속성을 내세운 민주당과 새로운 변화를 호소하는 공화당.개혁당 사이에서 선택을 하게 된다.

이달 24일 미 아이오와주에서 실시될 코커스(정당내 인기투표)와 2월 1일 뉴햄프셔주의 예비선거(프라이머리)를 시작으로 미국 대선전의 막이 오른다.

이를 시작으로 미국 정당들은 주별로 자기당 후보를 놓고 벌이는 일종의 인기투표인 코커스와 출마예상자에 대한 지역내 민심을 묻는 예비선거를 오는 6월 6일까지 마치고 7, 8월 각당의 전당대회에서 후보를 확정한다.

이번 미 대선의 특징과 의미, 각 정당들의 정책과 비전, 그리고 미 정당들의 후보경선전을 3회에 걸쳐 알아본다.

◇ 정권교체 가능성〓이번 미 대선은 30여년만의 경제호황에 힘입어 80%의 국민이 현정부의 정책에 만족하고 있다.

그러나 8년간 민주당이 차지해온 대통령 자리는 다른 정당에 넘겨줄 때가 됐다는 여론도 만만찮다.

지금까지의 여론조사는 집권당인 민주당 대선후보로 나선 앨 고어 부통령이나 빌 브래들리 전

상원의원 모두가 공화당 선두주자인 조지 부시 텍사스 주지사를 이길 수 없을 것이라 예고하고 있다.

하지만 타임.CNN이 12, 13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고어의 지지율(45%)과 부시의 지지율(50%) 차이가 5%포인트로 1주일여 전의 16%포인트보다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나 이번 대선은 마지막 순간까지 혼전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 정책 차이〓지난 두차례 대선에서 중도세력들의 지지를 확보하는 것이 판세결정에 중요하다는 교훈을 얻은 공화.민주 양당은 경쟁적으로 중도세력 포섭용 정책을 백화점식으로 나열하고 있다.

따라서 양당이 내걸고 있는 정책들은 서로 큰 차이가 없다.

유권자들도 정책보다 후보의 인간성과 비전.지도력에 따라 지지를 결정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양당 후보들이 결정되고 선거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세금.예산.복지.범죄.건강보험 등 주요 정책을 두고 후보들은 차츰 정책적 차별화를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여론조사 결과 민주당 정책을 지지하는 유권자들조차 지지후보를 결정할 때는 차가운 이미지의 민주당 고어 후보보다 캐릭터 면에서 더욱 호감을 주는 공화당의 부시 후보를 선호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어 이번 대선은 인물전이 될 공산이 크다.

◇ 후보 지명전〓후보 지명전에선 현재 각당 선두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공화당의 부시와 민주당의 고어의 압승으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선두와 타 후보간의 차이가 큰 공화당은 2~3월의 예비선거 초반전에서 후보가 결정될 것으로 보이지만 후보간 격차가 비교적 근소한 민주당은 올 여름까지 당내 격돌을 계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본선에서 민주당을 불리하게 만들 가능성이 큰 요소다.

워싱턴〓길정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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