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총리가 말한 독일 드레스덴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4면

독일의 대표적 과학산업도시로 발전한 작센주 드레스덴시 의 모습(위 사진). 독일자동차 회사인 폴크스바겐은 드레스덴시에 첨단 공장을 설립했다. [중앙포토]

“내가 과학기술 지식은 많지 않지만…. 독일 드레스덴이 (세종시의) 좋은 모델 중 하나인 것은 맞다.”

정운찬 국무총리가 최근 측근들에게 한 말이라고 한다. 그는 또 “그간 과천·송도 식을 거론했지만 드레스덴식도 좋더라”고 말했다. “(세종시와 관련해) 드레스덴을 한번 방문할 필요가 있는데…”라며 “언론도 한번 가보면 좋을 것”이란 말도 했다. 정 총리에게 이 모델을 건의한 학계 인사는 9일 “최근 들어 산업·과학을 성공적으로 융합한 대표적 도시가 드레스덴”이라고 설명했다.

◆드레스덴은 어떤 도시=독일 통일 전까지 드레스덴이 ‘모범 도시’는 아니었다. 드레스덴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연합군의 집중 폭격으로 파괴된 곳이다. 사망자만 2만5000여 명이었다. 이후에도 옛 동독에 편입돼 발전이 더뎠다. 하지만 1989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면서 사정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우선 독일의 대표적 과학 연구기관으로 노벨상 수상자만 33명을 배출한 막스플랑크 연구재단이 연구소를 세웠다. 독일 정부가 동·서독의 균형 발전을 위해 옛 동독 땅에 들어가는 기업에 보조금과 세제 혜택을 주면서 AMD·인피니온 같은 반도체 회사의 공장도 들어섰다. 2001년엔 독일의 ‘국민차’ 폴크스바겐이 공장을 세웠다. 과학기술이 발전한 도시라는 점이 기업 유치에 큰 도움이 됐다. 현재 드레스덴에는 기초과학 중심의 막스플랑크 연구소 3곳과 응용과학 중심의 프라운호퍼 연구소 11곳, 정부가 예산을 전액 지원하는 라이프니츠 연구소 5곳이 있다. 각종 연구소·첨단기업에서 일하는 인력만 4만 명이 넘는다. 독일의 50대 도시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기업친화도 부문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왜 드레스덴인가=정 총리는 “세종시에 과학·기업·대학이 다 필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기업”이라고 측근들에게 말했다. “과학·대학은 어떻게 보면 돈을 빨아들이는 곳이지만, 기업은 돈을 벌기 때문”이란 것이다. 그는 대기업들이 세종시 이전설을 부인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아주 비관적인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고 한다. 세종시에 이명박 대통령의 공약인 과학비즈니스벨트가 들어서더라도 ‘돈 되는’ 기업이 따라가지 않으면 정부가 세종시 수정안이 원안보다 충청 지역에 더 큰 혜택을 준다고 주장하기 어려워진다. 과학·산업이 연계해 부를 창출하는 ‘드레스덴 모델’에 정부가 관심을 갖는 이유다. 드레스덴은 인구(약 51만 명)도 세종시의 장기 목표인 50만 명과 비슷하다.


하지만 문제점도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드레스덴은 기존 도시를 되살린 것이고, 세종시는 신도시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며 “세종시 수정안을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외국의 성공한 도시를 발전 모델로 제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김선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