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13~19일 한·중·일 방문 … 3국 3색 현안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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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건보개혁 한숨 돌린 미국과 FTA 본격 모색

오바마 대통령의 첫 방한(18∼19일)과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정부 당국자들의 발걸음이 분주해졌다.

외교부 당국자들에 따르면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FTA 문제와 북핵 문제, 아프가니스탄 지원을 포함한 한·미 동맹 현안 등이 주요 의제로 다뤄질 예정이다. 특히 FTA 문제가 관심을 끈다. 오바마 행정부의 최우선 순위인 건강보험 개혁 법안이 하원을 통과함에 따라 그동안 뒷전으로 밀려났던 FTA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오를 계기를 맞고 있기 때문이다.

김은혜 청와대 대변인은 9일 “오바마 대통령이 FTA에 대한 진전된 입장을 표명하기를 기대하고 있고 이런 방향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외교부 당국자는 “올 4월과 6월 정상회담 때는 원론적인 입장 표명에 그쳤지만 이번에는 보다 구체적인 양국 정상의 의지를 보이고 이를 공동 발표문이나 기자회견에서 공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내년 미국 중간선거(11월) 일정을 감안해 가급적 내년 상반기 중에 FTA가 양국에서 비준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북핵 문제 역시 중요한 의제다. 특히 스티븐 보즈워스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방북을 앞둔 시점이어서 한·미 정상이 한목소리로 북한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비핵화 결단과 조속한 6자회담 복귀를 촉구할 필요가 있다. 양국이 새로운 북핵 해법으로 논의를 거듭해 온 일괄타결 방안(그랜드 바긴)의 보다 구체적인 모습을 내놓을 가능성도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북핵 문제는 보즈워스 방북을 기점으로 대화 국면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한·미를 포함한 국제사회의 공조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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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영준 기자

중국
통상압력 우려 속 “고개 안 숙일 것”의지

방중을 앞둔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과 중국 사이가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관계”라고 선언한 적이 있다. 이는 굵직한 글로벌 문제들을 풀려면 새롭게 부상한 중국의 협조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걸 그 누구보다 오바마가 잘 알고 있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그래선지 오바마는 지난달 미국을 방문한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를 만나주지 않는 등 중국을 의식하는 행동을 보였다.

그럼에도 인민일보 자매지로 중국 공산당이 통제하는 환구시보(環球時報)는 9일 “정상회담에서 중국이 미국에 고개를 숙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국의 통상 압력 공세에 밀리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를 피력한 것이다. 이처럼 오바마를 기다리는 중국의 속내에는 ‘기대보다 우려’가 많다.

베이징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후진타오(胡錦濤) 국가 주석과 오바마 간 정상회담에서는 아프가니스탄과 반테러 공조, 지구온난화 대책, 북한과 이란 핵 문제 등이 폭넓게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양자 간 현안으로는 ‘통상 전쟁’으로 비유되는 무역갈등 문제가 가장 크다. 최근 양국은 미국이 중국에 반덤핑 관세를 때리면 중국이 반격을 취하는 장군멍군식 공방전을 펼치고 있다. 미국 내 실업률이 악화된 상황에서 오바마가 중국의 양보를 얻어내기 위해 의도적 공세를 펴고 있다고 중국은 의심한다. 게다가 수출증가율이 아직 마이너스를 기록 중인 중국으로서는 미국에 통 크게 양보할 처지도 못 돼 무역갈등이 쉽게 해결되긴 힘들 전망이다.

그 때문에 베이징 외교가는 통상뿐 아니라 다자 이슈에서도 오바마가 가시적 성과를 내기 쉽지 않을 거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베이징=장세정 특파원

일본
‘후텐마 기지’갈등 덮고 아프간 지원 논의

당초 12일로 예정됐던 오바마 대통령의 방일이 13일로 하루 연기됐다. 이를 두고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일본 총리는 7일 “오바마 대통령이 미군기지 총기 난사 사건 추도식 참석을 위해 방일 일정을 연기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일 정상회담 내용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를 놓고 일본에서는 말들이 많다. “천황·황후 폐하와의 오찬이 포함된 준 공식방문을 일방적으로 바꾼 건 일본을 경시한다는 증거”(산케이 신문)라는 주장도 나왔다. 일본 언론에서 이처럼 가시 돋친 표현이 나오는 것은 요즘 미국에 대한 일본의 심기가 불편한 탓이다. 그래서 미국의 전통적인 우방이었던 일본이 이번 순방국 중 가장 껄끄러운 상대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는 하토야마 정권의 노선과 무관치 않다.

하토야마 총리는 취임 전부터 ‘대등한 미·일 관계’를 강조, 미국과 적잖은 불협화음을 노출해 왔다. 특히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은 지난달 오키나와현 후텐마 비행장 이전과 관련, “오바마 방일 때까지 결론을 내주기 바란다”고 압박했지만 하토야마 총리는 “시간을 두고 결정할 일”이라고 일축한 바 있다.

하지만 미·일 어느 쪽도 미·일 동맹이 깨지는 걸 바라진 않는다. 따라서 13일로 잡힌 미·일 정상회담에서는 후텐마 기지에 관한 언급이 아예 안 나올 듯하다. 요미우리(讀賣)신문은 미 관리를 인용, 미국이 오바마 방일 이전에 후텐마 기지에 대한 결론을 내는 걸 포기했다고 보도했다. 대신 미·일 정상회담에서는 2010년도부터 5년간 아프간에 50억 달러, 또 파키스탄에 20억 달러를 지원하는 일본의 아프간 부흥 지원 방안이 중점 논의될 전망이다.

도쿄=박소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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