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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주고 자유를 산다 … 한국판 ‘프라이카우프’ 검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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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정부가 옛 서독의 동독 반체제 인사 석방 모델인 프라이카우프(Freikauf)에 주목하는 것은 납북자·국군포로 문제의 시급성 때문이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10년 동안 제한적 이산상봉 행사에 몇 명을 포함시키는 방식으로는 억류가 확인된 900여 명의 납북자·국군포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어렵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다. 자국민 보호라는 국가적 책무를 다하기 위해 송환을 조건으로 물품 또는 재정을 지원하는 것을 고려해 볼 만하다는 얘기다.

사안의 성격상 극비리에 납북자와 국군포로 송환이 이뤄지고 보상을 건네주는 방식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의 지적이다. 동·서독은 당국이 적접 나서지 않고 교회와 변호사를 앞세워 이 사업을 진행했고, 언론의 협조 아래 철저히 비밀에 부쳤다.

손기웅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9일 펴낸 저서 『독일통일 쟁점과 과제』에서 “동독과 마찬가지로 북한에서도 프라이카우프는 매력적인 ‘사업’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거래의 비밀이 보장되면서도 반대급부가 크고, 국군포로·납북자 송환이 체제에 문제가 없다고 북한이 판단하면 긍정적으로 검토할 것이란 얘기다. 손 위원은 “통일부가 중심 역할을 하되 독일 교회의 역할을 우리의 경우 대북 지원 노하우가 많은 대한적십자사가 맡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대북 지원을 둘러싸고 빚어질 논란이나 정권 교체에 따른 정책의 불연속성은 넘어야 할 산이다. 정치범에 초점이 맞춰진 독일 방식을 남북 간의 납북자·국군포로 해법에 어떻게 접목시키느냐도 고민거리다. 정부 당국자는 “현인택 장관이 ‘서독 모델을 그대로 가져오는 건 아니다’고 한 대목은 부작용을 최소화한 한국형 ‘K-프라이카우프’를 염두에 둔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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