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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덮자” “안 된다” 서초 덮개공원은 표류 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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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서울 서초구가 지난해 8월 발표한 덮개공원(조감도) 조성 사업이 1년여가 지나도록 제자리걸음 하고 있다. 덮개공원은 경부고속도로 서초1교~반포IC 사이 440m 구간을 지붕으로 덮어 그 위에 5만143㎡(1만5200평) 규모의 ‘도로 위 공원’을 만드는 것이다. 서초구는 덮개공원을 만들면 서초·반포동 지역에 부족한 녹지공간을 확보할 수 있고, 고속도로로 단절된 지역 생활권을 연결할 수 있는 데다 자동차 매연과 소음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고속도로 시설물에 관한 협의 권한이 있는 국토해양부와 경부고속도로 한남~양재IC 구간 관리권이 있는 서울시의 입장이 달라 사업이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다.

국토부는 반포IC 주변의 교통정체를 우려해 반대하고 있다. 국토부 도로정책과 김상범 사무관은 “터널 안에서 차선 변경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서울방향으로 버스전용차로를 달려온 버스들이 터널을 빠져나오자마자 100여m 떨어진 반포IC로 나가기 위해 잇따라 차선을 바꿔야 해 교통이 혼잡해질 것”이라며 “더구나 반포IC는 강남고속터미널로 나가는 버스가 몰리는 곳이어서 극심한 체증을 빚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부는 또 덮개공원을 만들게 되면 차량들이 IC로 원활하게 진출입할 수 있도록 차로 변경 등을 위해 확보해야 하는 IC 사이 최소간격에도 문제가 생긴다는 입장이다. 김상범 사무관은 “서초IC와 반포IC는 최소간격 확보를 위해 2㎞ 떨어져 설치됐다”며 “두 IC사이에 차선변경이 안 되는 440m짜리 터널을 만들면 실제 최소간격이 1.5㎞로 줄어들게 돼 차량 흐름에 문제가 생긴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초구는 상행 차로를 1개 차로 더 확보해 반포IC 진출 전용차로를 만드는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 서초구 이재홍 도시계획과장은 “독일 뮌헨의 페투엘 공원, 스웨덴의 스톡홀름 지하터널처럼 덮개공원 밑의 터널에서 차선 변경을 허용하면 문제될 것이 없다”며 “7월 개통한 용인~서울 고속도로 일부 터널에서 차선 변경을 허용한 것을 참고할 만하다”고 말했다.


그린웨이 정책을 펴고 있는 서울시는 ‘조건부 찬성’이다. 서울시 장래황 시설계획과장은 “국토부가 지적한 문제에 대해 서초구가 해결책을 내놓으면 긍정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어느 아파트 단지 쪽으로 매연 배기구를 만들지 등이 포함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서초구는 주민갈등의 소지가 있는 배기구 대신 터널 내부에 집진장치와 필터기를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덮개공원을 만드는 데 들어가는 비용을 마련하는 것도 문제다. 서초구는 민간 자본 1200억원을 유치하기 위해 고속도로변 명달공원에 상업시설을 만들어 투자자가 비용을 회수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그러나 공원을 포함한 도시관리계획 변경 권한을 갖고 있는 서울시는 공원에 상업시설을 허용한 전례가 없고 공원이 훼손된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주민들 간에도 의견은 엇갈린다. ‘덮개공원 조성 범시민추진위원회’는 서초구민 10만 명이 서명한 것을 청와대와 국토부·서울시에 2일 제출했다. 그러나 같은 날 일부 구민은 시청을 찾아 덮개공원 반대 민원서류를 제출했다. 이들은 명달공원 상업시설에 방문객이 몰리면 가뜩이나 막히는 골목길 교통 체증이 악화된다는 것 등을 반대 이유로 들고 있다.

박성중 서초구청장은 “미국·유럽에선 주민 호응 속에 덮개공원이 속속 탄생하고 있다”며 “주민 열람 공고를 거쳐 이달 중순 서울시에 도시관리계획 결정 요청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가 관련부서 협의와 시의회 의견 청취, 그리고 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거치면 덮개공원 시행 여부는 내년 2~3월 최종 결정된다.

박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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