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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빠진 중수부…공직비리수사처 신설로 기능 대폭 축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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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신광옥(辛光玉)전 대검 중수부장이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발탁되고 후임에 역시 호남 출신인 김대웅(金大雄)대검 강력부장이 내정됐다.

그러나 과거처럼 중수부가 활발한 사정활동을 할 것으로 보는 검찰 관계자는 거의 없다.

오히려 중수부를 언제 문 닫을지 모른다고 말하는 검사들이 많다.

중수부가 시한부 기관으로 비쳐지고 있는 데는 검찰 안팎의 여러 요인이 겹쳐졌기 때문이다.

외적으로는 공직비리수사처 신설 추진이다.

1998년 법무부는 검찰의 사정활동을 둘러싼 편파성 시비를 없애겠다며 공직비리수사처 신설을 청와대에 보고했었다.

그후 진척 상황이 드러난 게 거의 없었다.

그러다 최근 대검 고위 관계자는 "공직비리수사처장에는 고검장이 가게 될 것" 이라고 발언, 공직비리수사처 신설 계획이 추진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공직비리수사처가 신설될 경우 중수부는 완전히 없어지거나 남더라도 기능이 대폭 축소될 것이란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한층 더 중수부를 '초라하게' 만드는 사태는 옷 로비 사건의 위증 수사 때부터 비롯됐다.

수사 마무리 단계에서 이종왕(李鍾旺)수사기획관이 수사방향 등을 놓고 수뇌부와의 갈등 끝에 사표를 냈다.

많은 소장검사들이 비공개적이었지만 李기획관 입장을 지지하는 등 검찰 내부에서 중수부의 위상은 추락했다.

게다가 박순용(朴舜用)검찰총장이 신년사에서 조직 개편을 천명하자 검사들은 중수부 폐지를 염두에 둔 것이라고 해석하기에 이르렀다.

이에 따라 중수부장 후임 내정 사실에도 불구하고 많은 검찰 관계자들은 "사실상 총선 정국이 시작된 마당에 중수부가 정치권 사정에 나설 수도 없는 데다 체면 때문에 '잔챙이' 사건들을 처리할 수도 없어 중수부는 당분간 개점 휴업 상태로 갈 것" 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대검 중앙수사국(1961년)과 특별수사부(73년)를 거쳐 5공 출범 직후 설치된 중수부는 그동안 대형.권력형 비리를 담당해왔다.

이철희(李哲熙).장영자(張玲子)부부 어음사기 사건(82년)을 비롯해 명성사건(83년).5공 비리(88년).수서택지특혜분양사건(91년).노태우(盧泰愚)전 대통령 비자금(95년).김현철(金賢哲) 및 한보비리(97년).외환 위기(98년) 등 정치.경제.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킨 수사는 중수부의 몫이었다.

최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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