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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유럽 청소년대책 윤리성 문제로 시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급증하는 미혼모와 총기를 동반한 교내 폭력사태 등 청소년 문제로 골치를 앓는 미국과 유럽이 갖가지 기발한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청소년들에게 강력한 피임약을 무료로 나눠주는가 하면, 정신감정 결과 폭력성향이 강한 것으로 드러난 학생들은 따로 관리하는 등 안간힘을 쓰는 양상이다.

그러나 이런 대책들을 둘러싸고 도덕적.윤리적 타당성 여부가 또 다른 사회쟁점으로 제기되고 있다.

영국 BBC방송은 최근 영국 보건당국이 맨체스터시의 16개 약국에서 성관계를 맺은 뒤 72시간 이내 복용하면 효과가 있는 응급 피임약을 처방전 없이 청소년에게 무상 제공하는 실험을 진행 중이라고 보도했다.

BBC는 이 실험이 지난해 성탄절에 시작돼 3개월을 목표로 진행되고 있으며 결과가 좋을 경우 영국 전역으로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프랑스 정부도 지난해 1만건에 이르렀던 10대 임신을 줄이기 위해 지난 11일부터 중.고교에서 응급 피임약을 나눠주는 것을 허용키로 했다고 유럽 언론들이 보도했다.

이에 따라 프랑스 학생들은 의사의 처방 없이 양호실에 가면 자유롭게 응급 피임약을 받을 수 있게 됐다.

미국은 일부 주에서 학생들을 상대로 정신감정을 하고 있다.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지는 13일 미국의 로스앤젤레스 지역 25개 학교에서 법원의 정신감정과 유사한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의 범죄 유발 가능성을 점검했다고 보도했다.

모니터지는 또 그래닛 시의 학교들에선 학생들의 취미.가정환경 등을 분석해 '위험성' 등급을 매긴 기록부를 만든 뒤 이를 보관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미 연방수사국(FBI)은 학생들의 폭력적 성향 등급을 매길 수 있는 기준 지침서를 발간해 학교에 배포할 계획이라고 이 신문은 보도했다.

그러나 반발도 만만치 않다.

영국 시민단체 '가정과 청소년' 은 "응급 피임약 공급이 무책임한 행동을 조장하는 것" 이라 지적했고 프랑스 우파 정당들은 "학교가 부모의 권리를 빼앗는 일" 이라고 반대했다.

미국에서도 일부 학부모가 "불확실한 정보로 학생들에게 낙인을 찍는 것" 이라고 반발하고 정신과 의사들은 "폭력성향으로 분류된 학생이 고의 범죄를 저지를 수 있다" 고 경고했다.

이상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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