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경제팀의 과제] 시장기능부터 되살려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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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새 경제팀의 앞길에는 풀기 어려운 과제들이 겹겹이 쌓여 있다.

구조개혁의 성과는 아직 뿌리내리지 못하고 있지만 선거를 의식한 정치권의 개혁 역풍(逆風)은 거세지고 있고, 노동계도 분배욕구를 분출시키고 있다.

경제는 지난해 성장률 10%를 웃돌 정도로 회복세가 완연하지만 금리.주가.환율 등 주요 거시경제 변수들은 조그만 외부 충격에도 크게 출렁이고 있다.

가장 중요한 과제로는 역시 '구조개혁의 완수' 가 꼽힌다.

사실 그동안의 구조개혁은 부실 금융기관에 공적자금을 넣고, 재벌의 부채비율을 낮추는 '응급처치' 적 성격이 강했다.

그러나 구조개혁의 성패는 결국 금융기관과 기업이 스스로 국제경쟁력을 굳건히 갖출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이규성(李揆成) 전 재경부장관은 "그동안의 구조개혁이 제도적 틀을 갖추는 작업이었다면 이제 기업과 금융기관의 경쟁력 강화로 연결시켜야 한다" 고 강조했다.

그는 "앞으로 개혁의 주도권은 기업과 금융권이 쥐고 스스로 어떻게 변해야 생존할 수 있을지 길을 찾아야 하며, 정부는 이들의 요구에 따라 개혁이 뿌리내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고 밝혔다.

최공필(崔公弼)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개혁 완수의 지름길은 시장기능을 되살리는 것" 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그동안 구조조정을 돕는다는 이유로 금리를 인위적으로 끌어내리다 보니 채권시장 기능이 마비돼 버렸다" 며 "이제 구조개혁이 시장의 힘에 따라 이뤄지도록 정책적 지혜를 모아야할 때" 라고 강조했다.

과열 조짐까지 보이고 있는 경기를 연착륙시키는 것도 중요 과제다.

정부는 아직 물가지표가 안정돼 있다는 이유로 경기안정을 위한 선제적 정책을 계속 미루고 있다.

박원암(朴元巖) 홍익대 교수는 "선거변수까지 가세하면서 경기의 변동폭이 커지고 있다" 며 "경제가 안정적 성장을 지속하도록 하기 위해선 적절한 시점에 정책금리를 올리는 대책이 필요하다" 고 밝혔다.

김준경(金俊經)한국개발연구원(KDI)연구위원도 "정부가 미리 손을 쓰지 않으면 올 하반기 이후 우리 경제는 물가불안이 현실화돼 고비용.저효율 구조로 다시 돌아갈 수도 있다" 고 경고했다.

분배구조 개선과 노사관계 안정도 빼놓을 수 없는 과제다.

김종민(金鍾敏) 국민대 교수는 "생산성에 상응해 노동자들에게도 분배의 몫을 돌리는 협력적이고 생산적인 노사문화가 정착되지 못하고 대립과 갈등 관계가 다시 불거질 경우 그동안의 경제회생 노력은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 고 강조했다.

김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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