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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등급외 전용관 필요하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말썽 많던 영화 '거짓말' 이 음란폭력성조장매체 대책시민협의회의 고발을 받은 검찰에 쫓기고 있다. 경우에 따라선 전국 1백여개 상영극장을 압수수색, 필름을 수거하는 한편 감독을 음화제작 및 반포 등의 혐의로 구속할 수도 있다는 것이 검찰측 입장이다.

이 영화를 예술작품의 표현양식이라고 보는 영상물등급위원회의 잣대와 '미풍양속' 을 해치는 포르노 영화라고 보는 검찰의 잣대가 충돌한 결과다. 영화 '거짓말' 은 작가 장정일의 '내게 거짓말을 해봐' 란 소설이 원작이다. 18세 여고생과 38세 유부남 조각가가 만나 벌이는 비윤리적이고도 변태적인 섹스 탐닉 행각을 그린 영화다.

영상물등급 심사에서 두번이나 등급보류 판정을 받았다가 지난해 말 수정본으로 일반 영화관 상영 허가를 얻었다.

문제는 '거짓말' 이 '사회적 폭력과 억압.금기에 도전한 예술적 수작(秀作)' 이라는 제작자의 수사(修辭)에도 불구하고 비상식적인 남녀 주인공을 설정해 놓고 끝없이 변태적 성애 장면만 되풀이하고 있다는 점이다. 많은 사람들이 '예술은 없이 변태적 섹스 장면만 지루하게 이어놓은 상업 포르노물' 이라고 혹평하고 있다.

우리는 원칙적으로 표현의 자유는 보장돼야 한다고 믿는 입장이다. 그러나 애초 '거짓말' 에 두 차례나 등급판정을 보류했던 등급위가 단지 10여분의 삭제와 모자이크 처리 등을 이유로 '18세 이상가' 등급을 내준 경위를 선뜻 납득할 수 없다.

포르노급 영화의 일반 상영이 용인된다면 앞으로 제2, 제3의 포르노물들이 쏟아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이런 점에서 표현의 자유를 논하기 전에 포르노의 상품화에 대한 영화계 내부의 자성이 절실하다.

우리는 결국 '등급외 전용관' 설치가 유일한 대안이라고 본다. 영상물의 대중적 파급 효과 때문에 등급 심의가 불가피하고 그 과정에서 일반 상영이 금지되는 '등급외' 분류가 나올 수밖에 없다면 유통에서라도 숨통을 틔워 주는 대안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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