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공간 동창 모임·대화방 인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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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오전엔 학교 인터넷 사이트에 접속해 총장(또는 교장)의 기념사와 우수상 수상자 인터뷰를 들으며 사이버 졸업식을 치른다. 저녁땐 집으로 배달된 졸업앨범 CD를 통해 친구들의 소감을 들은 뒤 인터넷에 개설된 사이버 동창회에서 친구들을 만난다'

먼 훗날의 얘기가 아니다. 우리 곁에 바싹 다가온 '졸업식 풍속도' 다.

경기도 광명시 진성고등학교 졸업반인 김동식(18.경기도안산시사동)군은 최근 사이버 동창회 사이트인 '모교사랑(http://www.iloveschool.net)' 에 '방' 을 차렸다.

'뭉치는데 일가견 3학년 1반 1999' 라는 이름의 이 방은 말 그대로 올해 졸업예정인 진성고등학교 3학년 1반 동창모임이다. 요즘 이 방의 최대 이슈는 '얼마 후 결혼할 담임 선생님께 어떤 선물을 해야 할까' 이다.

金군은 "졸업을 하면 각 대학으로 뿔뿔이 흩어지기 때문에 여럿이 한 장소에서 만나기가 어려울 것 같아 방을 만들었다" 고 말했다.

인터넷 보급과 함께 金군처럼 '사이버 동창모임' 을 갖는 사람들이 크게 늘고 있다. 여러 동창생들이 때와 장소의 구애를 받지 않고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졸업 앨범을 CD로 만들어주는 학교도 늘어나고 있다. 이에 따라 졸업생들이 인터넷을 통해 모임을 갖거나 정보를 교환할 수 있는 사이트와 졸업앨범을 CD로 만들어주는 업체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 사이버 동창회 어떤게 있나〓모교사랑.행복한 친구들.올드클래스 등 5~6개 사이트가 있다. 지난해 10월 문을 연 '모교사랑' 에는 전국 1만여개 초.중고교와 대학 동문을 위한 사이트가 개설돼 있으며 현재 4만2천여명이 이용하고 있다.

각 학교별 공간이 마련돼 있으며, 내용은 동창들이 채우도록 돼 있다. 학교 소식이나 추억의 사진첩을 올리는 것은 동창들의 몫인 셈이다. 졸업 앨범을 스캐닝해서 모임방에 올려주는 서비스도 하고 있다.

5만여명이 회원으로 있는 '행복한 친구들' 은 학교.졸업연도.학과 등을 써 넣으면 초등학교부터 대학까지의 모임에 자동으로 가입된다. 친했던 친구들끼리 별도 공간도 꾸밀 수 있으며 채팅도 할 수 있다.

회원이 되려면 모임을 만든 동창생이 낸 퀴즈를 맞춰야 한다는 점이 '올드클래스' 의 특징이다.

대학 동창생만을 대상으로 하는 올드클래스는 출신 학교와 학번을 입력하면 진짜 동창인지를 확인하는 문제가 뜬다.

예를 들어 "○○년에 과 대표는 누구였을까" 등 동창만이 알 수 있는 문제가 나오며, 이를 맞추면 회원으로 등록된다.

◇ 인기 끄는 CD 졸업앨범〓올해 연세대.포항공대.홍익대 등 60여개가 넘는 대학이 졸업생들에게 종이로 된 졸업앨범과 함께 CD도 제공할 계획이다.

무거워서 갖고 다니기 힘든 종이앨범의 불편함을 보완하기 위해 검색기능과 동영상 등이 있는 CD를 채택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아예 CD만 채택하는 학교가 늘어날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대학 졸업앨범용 CD를 전문적으로 제작하는 '고신미디어' 의 김기홍(金己鴻.29)PD는 "지난해엔 15개 대학이 CD를 만들었지만 올해엔 20개 대학에서 주문이 들어 왔다" 면서 "요즘엔 초.중고교 뿐만 아니라 유치원에서도 졸업앨범을 CD로 만들겠다고 문의하는 경우가 많다" 고 말했다.

CD 내용도 단순한 사진만을 넣는 것이 아니라 각 학교의 대표적인 행사나 사람들의 이야기까지 담는 등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

연세대의 경우 연고전 모습과 함께 관계자들의 인터뷰 내용을 담고 있으며, 비교적 졸업생 수가 적은 포항공대는 졸업생 개개인의 소망, 현재의 다짐 등과 함께 총장에서 수위에 이르기까지 학교 관계자들의 인터뷰도 넣었다.

김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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