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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안법 개폐 논란] 외국에선 어떻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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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우리의 국가보안법과 유사한 특별법을 운용하는 나라는 자유민주주의 국가 중 미국뿐이다.

◆미국=2001년 9.11 테러를 겪은 미국은 애국법을 2001년 10월 통과시켰다. 테러리즘 또는 기타 미국의 안보를 위협하는 행위를 한 것으로 간주되는 외국인(테러 혐의자)은 영장없이 7일간 구금할 수 있다. 또한 외국인 유학생 감시 강화, e-메일을 사법부 허가없이 수사 당국이 자체적으로 1년간 감청, 테러분자 은신처 제공자 처벌, 테러 혐의자 자산 동결 강화 등을 포함하고 있다.

애국법은 인권 침해로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실제로 9.11 이후 2만여명의 아랍인이 영장 없이 체포되기도 했다. 하와이주 의회를 포함해 전국의 103개 기초의회가 애국법에 반대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조지 W 부시 대통령이나 민주당 존 케리 후보가 모두 이 법에 찬성하고 있으며 전체적인 여론도 법안의 유지를 지지하는 추세다. 1950년대 매카시 광풍의 영향으로 제정된 국가안보법.파괴활동방지법.공산주의자 단속법 등 일련의 반공법이 있었다. 하지만 연방 대법원은 60년대 이들을 모두 위헌이라고 판시했다.

◆대만=87년 38년 만에 계엄령을 해제하면서 '동원비상시기 국가안전법'이란 특별법을 만들었다. 계엄령을 명분으로 반정부 인사에게 간첩.내란죄를 씌워왔다는 비판을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80년대 후반부터 중국 대륙과의 교류.협력을 본격화하고 국민당 일당 독재가 무너짐에 따라 안전법의 규정은 크게 완화됐다. 96년 법 개정 때 중국을 방문하거나 교역.투자하는 행위를 풀어줘 안전법을 둘러싼 개폐 논란을 잠재웠다. 형법에 별도로 간첩.내란죄(제101조)에 대한 규정을 두고 있으나 처벌 수위는 비교적 약하다.

예컨대 군 정보 당국은 최근 최첨단 스텔스기(機)의 정보를 중국 대륙에 팔아넘긴 3명의 간첩용의자를 붙잡았다. 하지만 법원은 그중 2명을 보석으로 풀어줬다. 증거가 불충분하니 인권을 보장하겠다는 취지다.

◆독일=한국의 국가보안법과 유사한 법제는 없다는 것이 법학자들의 평가다. 독일에서 활동 중인 한국계 정하성 변호사는 "서독은 과거 동독을 국가로 인정했기에 굳이 국가보안법과 유사한 특별입법을 할 필요가 없었고 형법 내에서 처리했다"면서 "북한을 국가가 아닌 반국가단체로 규정하고 있는 한국의 경우와는 여러 모로 다르다"고 지적했다.

독일 형법에는 "민주적 법치국가를 위태롭게 하는 죄"와 "위헌 선언된 정당의 활동, 이 조직에 대한 선전 등을 처벌한다"는 조항이 있다. 그러나 어떤 정당이나 기관을 위헌 조직이라고 규정하려면 반드시 헌법재판소의 판결이 선행돼야 한다.

?일본=일제시대에 치안유지법이 있었지만 제2차 세계대전 종전과 함께 폐지됐다. 한국의 보안법에 해당하는 법률은 없다. 북한의 공작원이 암약하다 적발된 사례가 몇 차례 있었으나 스파이에 대한 마땅한 처벌 조항이 없어 사기.문서위조(신분증 위조 등과 관련)와 출입국 규정위반, 불법 송금 등 금융 관련 법률 위반 등 형량이 가벼운 혐의만 적용됐다.

홍콩.베를린.도쿄=이양수.유권하.예영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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