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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군부대서 최악 총기사고 13명 사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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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총격 사건이 발생한 미국 포트 후드 기지 앞에서 앤서니 실즈 병장(오른쪽)이 부대 내 탁아시설에 남아있는 세 살짜리 아들을 걱정하며 울고 있는 부인을 진정시키고 있다. [텍사스 AP=연합뉴스]

5일 오후 1시30분(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포트 후드 육군 기지 내 의료검진 센터. 이곳에서 환자들을 돌보던 정신과 군의관 니달 말리크 하산(39) 소령이 갑자기 권총과 반자동 소총을 꺼내들었다. 이어 해외파병을 앞두고 건강검진을 받고 있던 병사들을 향해 총을 난사하기 시작했다. 총격을 받은 군인들이 연달아 고꾸라졌다. 현장에 있던 병사들은 즉시 하산 소령을 향해 대응사격에 나섰다. 하산은 결국 네 차례 총격을 받고 쓰러졌다. 곧 병원으로 후송돼 생명은 건졌다.

AP통신은 6일 포트 후드 기지 사령관인 로버트 콘 중장의 발표를 인용, 사건 당시 상황을 이렇게 전했다. 이 사건으로 민간인 2명 등 13명이 죽고 30명이 부상당했다. 미국 내 군 기지에서 발생한 최악의 총기 사고다. 콘 중장은 “사건 현장이 신체검사가 실시되는 밀폐 공간이어서 피해가 컸다”고 밝혔다. 범행 동기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고 있다. 콘 중장은 “(종교적) 급진파와 관련됐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지만 관련 증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하산은 독실한 이슬람교도였다. 미 버지니아주에서 태어났지만 부모가 팔레스타인 이민자 출신이다. 하산의 친척인 노엘 하산은 워싱턴 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하산이 9·11 테러 이후 종교 때문에 부대 내에서 괴롭힘을 당했다”며 “이 때문에 끊임없이 전역을 고민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하산은 해외 파병을 앞두고 갈등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국방부 관리는 “하산은 이라크 파병을 앞두고 있었으나 이를 원치 않았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하산의 파병 예정지가 아프가니스탄이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하산과 함께 근무했던 한 전역 장교는 “하산이 이라크·아프간에서 당장 철군해야 한다고 주장해 파병을 지지하는 동료들과 자주 논쟁이 벌어졌다”고 전했다.

미군 당국과 연방수사국(FBI) 등은 사건 발생 직후 현장에 조사팀을 급파해 정확한 사건 경위를 조사 중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매우 끔찍스러운 사건이 벌어졌다”며 희생자들에게 애도를 표했다. 포트 후드는 미 육군 기지 중 가장 큰 규모로 약 3만5000명의 군인이 주둔해 있다. 이곳 병사들은 아프간과 이라크 등 주로 해외로 파병된다.

최익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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