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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살아나는 토종 [4] 재래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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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국립축산과학원 서옥석 박사가 2일 충남 천안시 국립축산과학원 계사(鷄舍)에서 순수 혈통을 지닌 재래닭을 골라 교배해 복원한 토종닭을 들어 보이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2일 오후 충남 천안시 성환읍 어룡리 농촌진흥청 산하 국립축산과학원 계사(鷄舍). 9000㎡의 계사엔 1만5000여 마리의 닭이 자라고 있다. 흔히 보는 ‘잡닭’과는 확연히 구별됐다. 장방형(직사각형)의 몸이 꼬리 쪽으로 가면서 서서히 낮아지는 체형, 두께가 얇고 유난히 붉은색을 띠는 홑볏, 단단하면서도 약간 굽은 부리, 타원형의 귓불이 눈길을 끌었다. 이들 닭은 국립축산과학원이 복원한 토종닭이다. 2004년 3월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동물 유전자원으로 등록된 품종이다.

토종닭들은 함부로 교배해 혈통이 섞이는 것을 막기 위해 새장 크기의 공간에 한 마리씩 나뉘어 있다. 연구원들도 두 차례에 걸쳐 에어샤워(air shower)를 한 뒤 위생복을 입어야 계사에 들어갈 수 있다. 토종닭이 조류 인플루엔자(AI)에 감염되면 토종닭 유전자를 잃어버리기 때문이다.

토종닭 복원은 1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4년 당시 서울대 농대 축산과 오봉국(78) 교수는 정부로부터 8억2000만원을 지원받아 순수 혈통을 지닌 재래종 닭을 찾는 작업에 나섰다. 농촌진흥청 연구원, 서울대 등 10여 개 대학 교수, 전국 시·군 축산기술연구소 관계자 등 60여 명이 동참했다.

그러나 만만치 않았다. 60년대 이후 외래종과 광범위하게 교배된 종자가 ‘토종닭’ 행세를 하며 전국에 널리 퍼져 있었다. 저마다 “토종닭”이라고 주장했지만 혈통의 내력을 추적할 수 없었다. 이에 1900년대 발간된 『조선농업발달사』 등 옛 문헌을 참고해 전국 산간 지방에 사육되던 재래닭 1700여 마리를 수집한 뒤 교배를 통해 토종닭을 복원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수십차례의 세대교배를 통해 외래종의 특성을 제거했다. 그 결과 맛·성장속도·생식능력·색깔 등 토종닭 고유의 유전형질 9가지를 찾아냈다.

하지만 경제성이 떨어져 농가 보급에는 문제가 있었다. 축산과학원 가금과 김학규 박사는 “당시 복원한 토종닭은 사료를 많이 먹지만 무게는 나가지 않고 번식도 까다로웠다”며 “98년부터 개량 토종닭 개발로 전환했다”고 설명했다. 복원한 토종닭에 한국전쟁 이후 수입돼 우리나라 환경에 토착화된 외래종 코니시종(수컷)과 로드아일랜드종(암컷)을 유전적으로 섞어 개량 토종닭을 선보였다. 토종닭에 몸이 크고 육질이 좋은 코니시, 알을 많이 낳는 로드아일랜드의 장점을 접목한 것이다.


축산과학원은 개량 토종닭 종계(種鷄) 2만여 마리를 지난해 10월 경남 창녕군 엘림농장에 처음으로 분양했다. 올 연말까지 충남·전북 등지 6개 농장에도 종계 2만1000여 마리를 내줄 예정이다. 종계 분양은 암컷 20마리당 수컷 1마리를 기준으로 한다. 종계 한 마리가 연간 평균 100개의 알을 생산하면 올해 개량 토종닭 200만 마리가 시중에서 판매될 것으로 축산과학원은 예상한다.

국립축산원 장영내 홍보팀장은 “2012년까지 개량 토종닭 종계 공급 물량을 6만 마리로 늘려 국내 연간 닭 수요량(6000만 마리)의 10%인 600만 마리 정도를 토종닭으로 대체할 것”이라고 말했다.

천안=서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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