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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오르는 대륙 유라시아] 사할린 프로젝트 전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러시아 극동 시베리아.사할린의 유전.천연가스 개발과 송유관.가스 파이프라인 건설 프로젝트는 극동의 관련국에 커다란 경제적 이익을 가져다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사할린 프로젝트는 현재 개발이 진행 중인 1, 2, 3광구를 비롯해 앞으로 개발권 입찰을 진행할 사할린 5, 6, 7, 8광구 등을 아우르는 계획이다.

여기에다 2백억t으로 추정되는 추코트카주 북극해의 유전, 30억~45억t에 달하는 마가단과 캄차카 연안의 유전, 하바로프스크 지방 태평양 연안의 40억t짜리 유전이 차례로 가세할 것으로 보인다.

이중 생산이 현실화된 사할린 1, 2, 3광구에서 생산되는 천연가스와 석유를 수송하는 루트로 두 가지가 검토되고 있다.

하나는 사할린 섬을 남북으로 관통하는 가스 파이프라인을 건설, 섬 남단의 LNG 터미널까지 연결한 후 일본 홋카이도(北海道)까지 해저 파이프라인을 건설해 잇는 방안이다.

두번째 안은 사할린 북부에서 러시아 극동지역으로 해저 파이프라인을 건설한 후 하바로프스크와 블라디보스토크를 거쳐 한반도를 관통해 일본 기타큐슈(北九州)지방이나 혼슈(本州)의 시모노세키(下關)까지 연결하는 안이다.

1안은 파이프라인 길이가 짧기는 하지만 일본으로만 연결돼 판로가 빈약하다는 결점이 있다.

그러나 일본에는 가장 유리한 안이다.

이른 시일 안에 단거리 수송로를 거쳐 가스를 공급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2안은 러시아 연해주 지역에 내수공급도 할 수 있고 시장을 한국과 중국으로까지 확대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반면 파이프라인이 길어져 비용이 많이 드는 단점이 있다.

한국 입장에서 보면 2안은 거대한 파이프라인을 한반도로 유치해 천연가스를 안정적으로 공급받고 남북한 경제협력의 계기로 삼을 수 있다는 매력이 있다.

루트 선택은 한국과 일본의 이해가 첨예하게 부닥칠 수 있는 문제다.

그런데 최근 러 극동지역의 에너지난이 심화되면서 러 의회와 푸틴 대통령 권한대행팀이 사할린 2광구에서 생산되는 가스를 우선적으로 러 극동지역에 배급하기 위해 양지역을 잇는 파이프라인 건설계획을 확정했다.

러 정부는 2000년 예산에 무려 9백만달러에 달하는 관련예산을 특별 배정했다.

한국측이 조금만 신경쓰고, 정부 차원에서 노력한다면 앞으로 더욱 더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것으로 보이는 사할린유전의 파이프라인이 한반도를 관통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사할린 외에 이르쿠츠크 천연가스 개발과 수송용 파이프라인 프로젝트도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이르쿠츠크의 코빅친스크 가스전에는 현재 확인매장량만 8천7백억㎥에 이르는 대형 천연가스가 있다.

이를 개발하고 4천1백㎞에 달하는 파이프라인을 건설, 동부 시베리아와 중국.몽골.북한.한국.일본의 동북아 지역에 가스를 공급하는 것이 이 프로젝트의 골자다.

총사업비가 2백억달러에 이르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어느 한 나라가 단독으로 진행할 수도 없는 사안이다.

그러나 동북아의 에너지 수급현황 등을 감안하면 수익성도 높고 동북아지역 자원외교와 관계강화를 위한 프로젝트로 진행하면 21세기의 평화협력을 상징할 수 있고 경제적 실익도 무시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일본.중국.한국 등이 모두 적극적이다.

사할린.이르쿠츠크 등의 프로젝트가 제대로 가동되면 한반도는 동북아 에너지 벨트의 핵심 파이프라인이 관통하는 중요한 전략요충으로 떠오르게 된다.

북한에 파이프라인 통과비로 경제적 이득을 주면서 남북협력시대가 열려 북한 지역에 진출할 한국 기업과 공단의 에너지 문제도 해결할 수 있는 기회가 되는 것이다.

김석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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