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철환PD, MBC 그만두고 이대교수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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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MBC 주철환(45)PD가 방송사를 그만둔다. 방송사에 '월급쟁이' 로 매여있던 현직PD들의 프리랜서 선언이나 프로덕션 진출은 그동안에도 자주 있었던 일. 하지만 그의 선택은 전혀 다르다.

새 학기부터 이화여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로 강단에 서는 것이다. 최근까지 심심찮게 프로덕션 진출설이 나돌았던 그는 6일 "범 대중문화 교육자가 되겠다" 고 대학에 몸담기로 한 뜻을 밝혔다.

속칭 '딴따라' 로 불리는 연예.오락 PD의 대학행은 방송가와 대학가 모두에서 신선한 사건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화여대 언론홍보영상학부 박동숙 학과장은 "새 학기부터 커리큘럼에 도입할 TV영상제작 실기강의 등 실무교육관련 적임자라는 점에서 그동안 신문방송학 학위 소지자만을 교수로 채용하던 관행을 깨게 됐다" 고 밝혔다. 주PD는 고려대 국문학과 출신으로 박사과정까지 수료했지만 신문방송학 전공학위는 없다.

지난해 평양에서 열린 남북한 대중음악인들의 '민족통일음악회' 연출을 맡기도 했던 그는 지난 83년 MBC에 입사한 이래 '퀴즈 아카데미' '우정의 무대' '일요일 일요일 밤에' 등 잇달아 히트작을 만들어내면서 이른바 '스타PD' 의 선두주자로 부상한 인물. 방송활동 틈틈이 다양한 저술활동을 펼쳐온 그는 자신의 프로를 '당의정' 에 비유하는 특유의 방송철학을 갖고 있다.

쓴 약을 달콤한 포장 속에 담은 당의정처럼, 오락프로는 재미와 웃음에 교양의 요소를 담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의 이런 '선생님' 같은 방송철학의 배경으로는 MBC 입사 전 동북고에서 2년간 국어교사로 일한 경험이 지적되기도 했다.

주PD는 "프리랜서 형식으로 연출 제의가 오면 언제고 응할 생각" 이라면서 "PD를 그만둔다기보다는 활동범위를 넓히는 것으로 봐달라" 고 18년간 MBC생활을 접는 감회를 밝혔다. 부인도 강릉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이후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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