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1년 … ‘폴리티코’ 정치권 인사들에 물어봤더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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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미국 위스콘신주 매디슨에 있는 제임스 라이트 중학교를 방문해 연설하고 있다. [매디슨 AP=연합뉴스]

대선 승리 1주년인 4일(현지시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하루는 분주했다. 전날 버지니아·뉴저지 주지사 선거 참패를 애써 외면하며 새로운 정책 이슈를 띄우려 노력했다.

오바마는 이날 오후 위스콘신주 매디슨의 라이트 중학교를 찾았다. 그는 원고에도 없는 자신의 딸을 사례로 들며 교육 개혁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오바마는 “얼마 전 초등학교 6학년인 딸이 과학 시험에서 73점을 받아 왔다. 풀 죽은 딸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공부하는 법을 가르쳤더니 어제는 95점을 받아 왔다”며 교사와 학부모의 적극적인 역할을 당부했다. 그러면서 교육 개혁을 위한 정부 지원 프로그램인 ‘최고를 향한 경쟁’을 설명했다. 우수 교사를 채용하고 엄격한 교육 기준을 마련하는 한편 학생들의 성취도와 교사의 능률을 챙기는 주(州) 당국에는 43억5000만 달러를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같은 시간 로버트 기브스 백악관 대변인은 “2개 주지사 선거는 대통령에 대한 신임 투표 성격과는 무관하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그는 “버지니아와 뉴저지 주민들은 대통령과 연관 없는 매우 지역적인 문제를 가지고 투표한 것”이라며 “유권자들은 경제 문제를 걱정했던 것 같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워싱턴 포스트(WP)는 “이번 선거에선 지난해 대선 때 민주당을 지지했던 무당파 유권자 상당수가 공화당 지지로 돌아섰다”며 “내년 중간선거를 앞둔 민주당에 경고음이 울렸다”고 보도했다.

◆오바마가 잘한 일과 못한 일=정치전문 일간지 ‘폴리티코’는 4일 초당파적인 정치권 인사들에게 물어 오바마가 지난 1년 동안 잘한 일 10가지와 못한 일 10가지를 선정해 보도했다. 가장 잘한 일로는 건강보험 개혁 작업을 의회가 주도하게 만든 일이 꼽혔다. 진행 과정이 때로 시끄럽긴 하지만 과거 정부가 법안 내용을 다 만들어 놓고도 의회와 맞서다가 좌초했던 교훈을 잊지 않고 잘 살렸다는 것이다. 이어 대선 당시 민주당 경쟁자 힐러리 클린턴을 부통령이 아닌 국무장관에 임명한 것이 잘한 일 중 2위로 기록됐다. 클린턴을 민주당 권력 핵심에 놔두지 않았을 뿐 아니라 백악관에서도 멀리 있게 했다는 것이다. 이 밖에 신속하게 경기부양법을 통과시킨 일, 새로 생긴 대법관 자리에 첫 히스패닉계 여성 소니아 소토마요르를 지명한 일, 최고의 미 해군 저격수를 동원해 해적을 소탕하고 인질을 구출한 일, 2012년 대선 때 유력한 공화당 주자로 회자되던 존 헌츠먼 유타 주지사를 주중 미국대사로 보낸 일 등이 잘한 일로 평가됐다.

반면 가장 못한 일로는 흑인 하버드대 교수 헨리 게이츠를 체포한 백인 경찰 제임스 크롤리의 행동에 대해 “어리석었다”고 말해 미국 사회에 인종적 긴장을 불러일으킨 일이 선정됐다. 그 뒤를 이어 실업률을 8%로 예측했으나 실제는 이를 크게 상회한 일, 고향 시카고에 올림픽을 유치시키기 위해 경쟁에 뛰어들었다가 1차 투표에서 밀려난 일, 지나치게 많은 장소에 나타나 미국인들에게 피로감을 준 일이 그 뒤를 이었다.

이어 대선 당시의 공약과는 달리 지역 선심성 예산이 포함된 법안들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은 일, 미국을 방문한 달라이 라마를 만나지 않고 냉대한 일 등이 잘못한 일로 꼽혔다.

워싱턴=최상연·김정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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