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박종천, 박종천에 당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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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6면

박종천이 박종천에게 당했다. 자해한 건 아니니 놀라지 않아도 된다. 일시는 지난 4일 저녁 7시, 장소는 울산이고 동명이인 사이에 일어난 일이다. 4일 열린 모비스와 전자랜드의 경기는 두 가지 사실에서 주목할 만했다. 유재학 모비스 감독의 300승 달성과 전자랜드의 6연패 탈출이 그것이었다.

승부는 1쿼터부터 모비스 쪽으로 확 기울었다. 10분이 지난 뒤 전광판에 새겨진 점수는 33-13. 아무도 생각지 못한 곳에서 득점포가 터졌다. 모비스 박종천이 1쿼터에만 3점슛 두 방을 포함해 10점을 집중시킨 것이다. 올 시즌 평균득점은 5.25점에 불과했지만 전자랜드의 허술한 수비를 틈타 코트를 휘저었다. 박종천의 득점이 쌓여갈수록 반대편 벤치에 있는 박종천 전자랜드 감독의 표정은 굳어졌다. 경기는 모비스의 93-70 승리. 박종천은 올 시즌 개인 최다인 16점을 몰아쳐 전자랜드를 7연패 수렁으로 몰아넣었다. 박종천 감독은 똑같은 이름을 달고 뛴 선수에게 일격을 당해 더욱 가슴이 쓰렸을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박종천의 전과(?) 사실이다. 박종천은 삼성 유니폼을 입고 뛰던 2007~2008 시즌 전자랜드와 6라운드 경기에서 개인 통산 최다인 21점을 몰아쳐 팀의 104-101 승리에 힘을 보탰다. 당시 전자랜드 코치가 박종천 감독이었다.

김우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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