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日 미쓰이·미쓰비시·스미토모상사 '관리업무 제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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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미쓰이(三井)물산.미쓰비시(三菱)상사.스미토모(住友)상사 등 일본의 간판급 종합상사에는 앞으로 '관리' 라는 업무가 사라지게 된다. 매출액으로 일본 종합상사 업계의 1, 3, 5위를 달리는 이들이 각자의 관리업무를 떼내 하나로 통합키로 했기 때문이다.

3일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에 따르면 이들은 총무.인사.경리.정보관리 업무를 한데 합치기로 하고 1월 중 상무~부사장급으로 구성된 관리업무 통합 프로젝트팀을 설치키로 했다. 기획.고과 등 회사의 기본 전략에 관계되는 것은 본사에 남기고 나머지 일반 관리업무는 통합조직에 외주(아웃소싱)를 준다는 구상이다.

이들이 손잡은 이유는 딱 한 가지. 경비절감을 통한 생산성 향상이다. 고정적인 비용을 잡아먹는 관리파트를 과감히 통합한 뒤 각자 주력사업에 전념해 경영효율을 높여보자는 의도다.

현재 일본 종합상사들의 가장 큰 고민은 이익률이 낮다는 것이다. 매출액 경상이익률이 대형 종합상사의 경우 평균 0.24%에 불과하다. 1억엔 어치를 팔아 벌어들인 돈이 겨우 24만엔이라는 뜻이다. 이익률만 따지면 슈퍼마켓 체인의 4분의1도 채 안된다. 아무리 영업을 열심히 해도 관리비 등으로 술술 새나가 별로 남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98년도 매출액 경상이익률 1~3위(0.5% 이상)인 이들 3사가 의기투합해 관리업무를 통합키로 한 것이다. 사업에서는 치열한 경쟁자지만 그래도 손을 잡을 바에는 우등생끼리 잡자는 계산이 작용했다.

이들은 이를 위해 별도의 관리 전문기업을 설립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통합이 완료되면 3사는 지금까지 관리업무에 투입해오던 비용.인력.조직을 크게 줄여 경영효율을 한층 높일 수 있게 된다.

이들은 우선 오는 4월부터 본사와 해외지점을 연결하는 전용회선을 통신회사로부터 공동으로 빌려 함께 이용키로 했다. 지금까지는 각자 전용회선을 사용하느라 연간 1백억엔의 통신비를 지출해왔는데 회선을 공동 사용하면 통신비를 25% 정도 줄일 수 있다는 것. 이들은 또 이미 각자 자회사로 운영 중인 인재파견회사.교육연수전문회사.노무관리컨설팅회사들도 가급적 이른 시일 안에 합병시키기로 했다.

시설관리.출장지원업무 등도 이같은 방식으로 통합해 중복투자를 피할 계획이다. 장기적으로는 정보관리시스템의 인프라를 공동으로 개발, 관리하는 제휴사업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의 제휴로 일본 종합상사 업계에는 긴장이 감돌고 있다. 미쓰이.미쓰비시.스미토모가 성큼성큼 앞서가고 나머지가 뒤따르는 '우열반' 체제로 재편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매출액 기준으로 2위인 이토추(伊藤忠)를 비롯해 마루베니(丸紅).닛쇼이와이(日商岩井)등 대형 상사들 간의 제휴도 잇따를 전망이다.

도쿄〓남윤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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