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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녀가 함께 한의학 공부…제천 세명대 임종헌씨·선하양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9면

"아빠, 학교에서는 모른 척 하기예요. "

"그래, 좋도록 하렴. 그렇다고 일부러 피해다니긴 없기다. 허허허"

친구사이처럼 지내는 부녀가 같은 학과에서 함께 대학생활을 하게 됐다.

충북 제천 세명대의 한의대에 특차합격해 입학 예정인 임선하(林善河.18.충북 충주시 교현동)양.

그녀는 본과 3학년 진급 예정인 아빠 종헌(鍾憲.45)씨와 함께 할 캠퍼스 생활에 대해 "참 재미있을 것 같다" 며 설렘을 감추지 못한다.

그만큼 林양의 새해'맞이는 그 ' 기대와 각오는 남다르다.

"아직은 한의학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지만 열심히 공부해 장차 아빠와 함께 한방요양원 설립의 꿈을 이루고 싶어요. "

林양은 그래서 요즘 한자공부로 기초를 쌓고 있다.

중학교 때부터 아빠가 공부하는 분야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한 그녀는 이번 입시에서 주저없이 아빠가 재학 중인 한의대를 지망했다.

사생활과 관련해 불편할 수도 있지만 그리 대수로울 건 없었다.

친구 같은 아빠여서 선배로 대하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아빠직업이 학생이라는 걸 오히려 자랑스럽게 여겨온 그녀에게 시험공부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아빠가 오히려 든든하기만 하다.

아빠 林씨는 그런 딸에 대해 "같은 길을 걷게 돼 기쁘다" 면서 "좋은 선배가 되기 위해 학업에 더욱 정진하겠다" 고 말한다.

같은 동아리 활동도 말리지 않겠단다.

林씨의 새 천년 소망은 후배가 된 딸, 의대진학을 꿈꾸는 아들과 함께 '명문 의가(醫家)' 를 이루는 것. 고향인 충주시 산척면에 양.한방 병진(竝診)시스템의 한방진료센터 및 요양원에 약초농장.생약제약공장도 갖춘 이른바 한방복합단지를 조성하는 게 꿈이다.

10년 후가 될지 모르지만 간호사인 부인의 역할도 이미 정해져 있다.

전직 교사인 林씨가 한의대에 입학한 것은 95년. 충북대국어교육과를 나와 84년 교편을 잡았으나 전교조 활동으로 89년 해직된 게 계기가 됐다.

무직 상태에서 3년여 동양학에 심취했던 林씨는 한의학을 배우기로 결심하고 재수 끝에 세명대에 입학했다.

교단에 복직돼 2년간 휴학한 탓에 아직 본과 2년에 머물고 있는 그는 집안구석구석을 약초로 채우는 등 약재연구에 남다른 열정을 쏟고 있다.

林씨는 "2004년 졸업 때까지 생계를 책임진 집사람(충주시보건소 재직)이 힘들겠지만 이해해 줄 것으로 믿는다" 며 "한의학의 세계적인 융성과 보통사람들에 대한 한방의료혜택 확대에 밑거름이 되겠다" 고 말했다.

충주〓안남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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