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신춘중앙문예 희곡 당선소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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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4면

1206-며칠 전 컴퓨터를 포맷했었는데, 점검하다가 99년 일기가 날아가버렸음을 알았다. 1209-뿐만 아니라 평론을 제외한 전 장르에 걸친 초고 1천장 분량도 사라졌음을 발견했다. 1214-절친한 벗이 내가 2년여간 월수입 20여만원 상태에서 지속해온 글쓰기를 '선택받은 자의 오만' 으로 정의해 주었다. 옳은 말을 했을지도 모르는 벗에게 옹졸한 나는 아직도 삐쳐 있다. 용서해다오. 1215- '신중국사' 를 반납하고 '이야기 일본사' 를 대출했다. 1219-모처럼 눈이 제대로 내렸다. 어머니 출근길 닦아드린다고 새벽 5시에 2백미터를 쓸었다. 미역국을 먹으며, 낳아주셔서 고맙습니다, 라고 말씀드렸다. 1220-벼룩시장 학원강사 구인광고를 오래도록 들여다보았다. 1222- '인도사' 를 반납하고 '중남미사' 를 헤매는 중인데 휴대폰이 떨었다. 내게 희곡적 가능성이 있는 게 분명하다 싶어, 몹시 기쁘다.

농사짓고 소 키우는 부모님과, 스승님들과, 뽑아주신 두 분 선생님들과, 벗님들을 비롯하여 감사드려야 할 너무 많은 분들께, (특히 이원기 선생님이 떠오릅니다. 한 학기에 불과했지만 저에게는 두고두고 값진 시절입니다. )큰절 대신, 아름다운 보령 바다에서, 좋은 겨울, 멋진 새해 되시기를 빌어 드리겠습니다.

[김종광]

▶71년 충남 보령 출생, 현 거주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졸업

▶98년 '문학동네' 여름호에 단편소설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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