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푸틴 체첸방문 옐친엔 신변보장 약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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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모스크바〓김석환 특파원, 워싱턴.도쿄.함부르크.런던.파리〓연합]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직무대행이 체첸 방문과 함께 새해 업무를 시작했다.

대(對)체첸 강경노선으로 국민의 인기를 얻어온 푸틴이 확실한 권력승계를 위해 지지기반 다지기에 나선 것이다.

정부조직도 곧 개편될 전망이다.

한편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들은 지난해 12월 31일 전격 사임한 보리스 옐친 대통령에 대해 경의를 표하고 푸틴 대행에 대해 체첸 사태의 평화적 해결과 민주적인 대선 실시 등을 촉구했다.

○…푸틴 대행은 1일 새벽 체첸 제2의 도시 구데르메스를 방문, 수훈 장병들에게 훈장을 수여하고 병사들을 격려했다고 국영 RTR TV가 보도했다.

그는 체첸반군이 테러행위를 공개적으로 포기하는 경우 평화회담을 열 수도 있다고 밝혔으나 러시아 연방군은 2일에도 체첸 수도 그로즈니에 맹공을 퍼부었다.

푸틴은 또 1일 전국 TV 생방송 연설을 통해 언론.양심의 자유와 재산권 등을 확실히 보장할 것이라고 밝히고 "러시아 법률과 헌법의 틀 밖에서 행동하려는 시도는 단호히 분쇄될 것" 이라고 강조했다.

○…옐친은 조기 사임 대가로 자신과 가족들의 확실한 신변보장을 약속받았다.

푸틴 대행은 또 31일 옐친 전 대통령에 대한 면책과 형사상 또는 행정적인 조사 면제를 내용으로 하는 대통령령에 서명했다고 인테르팍스 통신이 보도했다.

한편 러시아의 에코 모스크바 라디오는 31일 청취자 6천7백13명에 대한 전화여론조사 결과 58%가 옐친의 사임에 대해 "기쁘다" 는 반응을 보였으며 42%만이 "슬프다" 고 답했다고 전했다.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은 공산주의 해체와 민주주의 정착에 공헌한 옐친 대통령의 업적에 경의를 표했다.

그는 또 양국이 수천기의 장거리 핵미사일을 폐기한 사실과 발칸반도에서 러시아군이 평화유지 활동을 벌인 점을 언급하며 "이같은 협력정신으로 푸틴 대행과 함께 일해나갈 것을 기대한다" 고 말했다.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 국무장관은 이고르 이바노프 러시아 외무장관과의 전화통화를 통해 러시아의 외교정책이 그대로 유지될 것임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윌리엄 머레이 국제통화기금(IMF)대변인은 "대통령직이 변했으나 정부는 남아있으므로 현 러시아 정부와 대화를 계속할 것" 이라며 개혁문제가 만족스럽게 해결되는대로 현재 지급이 지연되고 있는 나머지 지원자금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카자흐스탄 등 옛소련 국가들은 옐친의 사임이 "개혁과 민주주의 길을 열었다" 며 "성숙한 정치인의 조치" 로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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