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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로 맞추자] 시각예술 새흐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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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1면

지난 세기는 한마디로 대중예술의 시대였다. 복제예술의 총아로 등장한 영화는 예술관람 형태와 소통구조에 혁명적 변화를 몰고 왔다. 예술작품(흔히 말하는 고급예술)이 갖고 있던 아우라(예술적 영감)는 점차 소멸됐고, 예술은 대량생산과 소통을 통해 그저 '소비' 되는 상품으로 전락했다.

그러나 지난 세기말 기막힌 역전이 일어났다. 대중예술이 오히려 대중을 외면한 채 일부 특정 계층 혹은 연령대의 놀이가 돼버린 것. 스페인의 철학자였던 오르테가 이 가세트는 20세기 초 대중문화를 문화의 타락이라고 지적했지만, 세기말에 와서는 오히려 대중이라는 '허깨비' 한테 예술이 무시당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새로 맞이한 21세기는 지난 세기보다 훨씬 대중과 예술(대중예술이든 고급예술이든)이 가까워지는 시대가 될 것 같다. 컴퓨터와 인터넷 등을 통해 예술의 소통망이 무한대로 확장 됨에 따라 소외계층에게까지 예술이 가깝게 다가갈 수 있는 '정보예술' 의 길이 열리게 됐기 때문이다.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정보를 무한대로 압축.저장해 언제나 쉽게 꺼내 볼 수 있게 됐다. 영화의 경우 필름 없는 영화의 도래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고, 음악은 MP3(압축 영상 음악파일)가 보편화하고 있다. 21세기의 '새로운 예술' 은 이런 테크놀로지의 발달과 궤를 같이한다. 다양한 변종예술은 문화소비자의 선택을 넓혀줄 것으로 보인다.

이런 흐름을 주도하고 있는 시각예술 가운데 하나인 웹 아트(Web Arts)는 디지털예술의 꽃으로 불린다. 곧 미국 뉴욕에서는 대형 디지털아트센터가 개관할 것으로 보이며 구겐하임 미술관도 가상전시 공간을 선보일 예정이다.

오는 3월 열리는 휘트니비엔날레는 사상 처음 디지털 작품 10여편을 행사에 포함시킬 계획이다. 이런 웹 아트는 기존 비디오아트의 동영상과 음악적 이미지에 웹을 통해 네티즌이 직접 참여하는 쌍방향(interactive)기능이 가능하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런 시도는 국내에서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서울시립미술관 큐레이터 황성욱씨가 기획한 '2000 전광판 영상갤러리-디지털로 꿈꾸는 세상' 은 그런 변화의 시금석이 될 만한 프로젝트다.

1일부터 2월 29일까지 서울시내 일부 전광판을 통해 모습을 드러낼 이 전시회에는 이윰의 퍼포먼스 등 여러 작품이 10일씩 릴레이식으로 선보인다. 예술적 영감과 첨단기술의 결합 뿐만 아니라 한정된 전시공간을 벗어나 거리에서도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이런 웹아트의 쌍방향성은 국가간 벽도 허물어 위성아트쇼 등 '네트워크 예술' 로 발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가상현실과 인공생명체들이 디지털예술의 주인공으로 등장할 가능성도 크다.

그런 인공체들에게 화상과 음향.감각 등을 입혀 사용자가 마치 그 세계에 참가하고 있는 것 같은 환상을 만들어내거나 대리 만족하는 식이다.

사이버 가수나 배우 등이 그런 경우. 복제인간이 창조하는 예술을 즐기는 일도 머지않아 우리에게 다가올 것 같다.

정재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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