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엄 담론] 1. 도법은 누구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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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0면

98년 말 한국 불교를 대표하는 조계종이 기존의 총무원과 정화개혁회의로 양분돼 볼썽사납게 싸울 때 총무원장 권한대행으로 분규를 마무리짓고 미련 없이 실상사로 내려온 스님. 그 깨끗한 처신으로 불교계는 물론 일반에게도 신망이 두텁다.

18세에 출가했다. 고뇌나 문제의식이 있어서가 아니라 가난한 시골 집안에서 태어나 인연의 흐름에 따르다 보니 어느날 스님이 됐다는 것이다.

그 후 10여년간 부모가 죽든 나라가 썩든 아랑곳 하지 않고 강원과 선원에서 '나' 라는 존재를 규명하는 데 진력했다.

부처님의 가르침에 눈이 뜨게 되자 그 가르침대로만 살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고 비로소 남과 사회를 둘러볼 여유가 생겼단다.

90년 개혁승가 결사체인 선우도량을 만들고 94년에는 명분과 도덕성을 앞세우고 목숨을 바친다는 각오로 종단의 개혁을 도모해 이를 달성하자 깨끗이 물러났다.

98년에 실상사 소유농지 3만평을 내놓고 귀농학교를 설립, 30명의 졸업생을 배출했고 지금도 20명이 농사를 지으며 자연과 인간이 어울려 잘 살 수 있는 방안을 공부하고 있다. 귀농학교 졸업생 중 엄격하게 선발된 6명이 생태공동체를 꾸려 함께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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