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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MZ에서 역사극 '보자기' 선보이는 연출가 핑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9면

"우리가 역사에 대해 관심을 갖지 않는다면 결국 다음 세대가 그 대가를 치르게 될 것입니다. 새 밀레니엄을 앞둔 지금 미래를 이야기하기보다 지나간 시간을 돌아보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입니다. "

21세기예술경영연구소(소장 이동일)가 31일부터 해를 넘겨 1월 1일까지 비무장지대에서 펼쳐지는 초대형 퍼포먼스 'DMZ2000-새천년 통일 기원제' 에서 한국 역사를 다룬 시극(詩劇) '보자기' 를 선보일 중국계 미국인 연극연출가 핑총(53)이 한국사람들에게 당부하는 말이다.

캐나다에서 태어나 뉴욕 차이나 타운에서 자라난 핑총은 지난 93년부터 일본.중국.베트남과 유럽의 관계를 다룬 역사 시극을 연작으로 선보이고 있다.

이번에 연출하는 '보자기' 는 4부작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작품이다.

자신을 '아시안 아메리칸 코스모폴리탄' 으로 부르는 핑총은 "역사에는 단 하나의 옳은 견해란 없다" 면서 "내 작품은 힘의 논리나 국수주의적인 시각이 아닌 아웃사이더가 바라본 아시아 역사를 다룬 것이어서 한국인들에게도 흥미로울 것" 이라고 말했다.

'역사를 담는 천' 이라는 의미에서 이름붙여진 '보자기' 는 단군신화를 짚은 뒤 하멜표류기에서부터 분단까지의 한국 역사를 장면의 연결로 보여주면서 전통적 개념의 연극과는 달리 시적인 대사와 몸동작으로 이뤄져 매우 독특하다.

"라틴 아메리카의 시인 에두아르도 갈리아노의 3부작 역사시 '메모리스 오브 파이어' 가 지금까지 내가 본 역사물 가운데 가장 훌륭했다" 는 핑총은 "역사가가 아닌 예술가의 시각에서 역사를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 고 말했다.

하버드대과 록펠러재단의 지원을 받은 이 작품은 내년 2월 뉴욕에서도 공연된다.

글〓안혜리 기자, 사진〓최승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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