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 노명순 '접속'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지리산 등성이를 오르다 보면 산새들이

바위의 품 속 안보이는 곳에 알을 수북이

낳아 놓는다고 한다 그래서 봄이면 이곳에서

노란 부리의 산새들이 부화된다고 한다

깨지지 않게 살며시 다가가

바위의 품에 포옥 안기는 방법을

나는 모른다

나를 따뜻하게 품어주면 날갯죽지가 자라

하늘을 훨훨 날며 맑은 노래 뽑아내는 고운

새라는 것을 그도 모른다

- 노명순(51) '접속'

접속이란 단어가 영화제목이 된 것 자체가 희한한 일이었다.

시의 제목으로도 희한하다.

나와 대상의 가장 자연스럽고 편안한 관계를 뜻하는 듯하다.

높은 산속 바위등걸의 틈서리에 알을 낳아놓는 산새의 지혜를 통해 인간의 남녀가 잘 껴안아지는 상태를 지향한다.

품어주어 그 안에서 날갯죽지가 자라 끝내 하늘 속 훨훨 날아가 노래를 하는 새가 되고 싶은 여심이 단단한 서술구조로 잘 나타나 있다.

고은 <시인>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