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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방위, 사정 기관과 정면 충돌 조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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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정성진 신임 부패방지위원회(부방위) 위원장이 6일 열린우리당과 당정협의를 한다.

여당 사람들과의 첫 만남이지만 그의 서류봉투 속엔 중요한 현안이 들어 있다. 검찰과 충돌을 일으킬 수 있는 부방위의 권한 확대에 관한 문제다. 부방위는 대통령 직속기관이다.

정 위원장은 대검 중수부장 출신이다. 그는 취임 회견에서 "(부방위 산하의)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고비처)에 독자적인 수사권만 보장된다면 기소권이 없어도 설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고 말해 친정인 검찰의 손을 확실하게 들어줬다. 기소권 부여를 거듭 주장하는 여당 입장을 외면했다.

정 위원장은 그러나 부패방지법 개정안에 대해서는 법무부와 검찰.감사원의 반대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생각이다. 사정기관들과의 힘겨루기는 고비처가 아닌 다른 곳에서 벌어지고 있었던 셈이다.

부방위는 최근 홍재형 정책위의장 등 여당 관련 의원들에게 '조사권의 실질화'를 내용으로 한 법 개정안을 전달했다. 국정원.국세청 등 94개 관계기관의 의견조회를 받아 만든 것이라고 한다. 부방위는 개정안에서 부패 고리 척결을 위해 민간 기업에도 자료 제출과 실태조사를 요청할 수 있는 권한을 갖겠다고 했다.

이에 대해 기존의 사정기관들은 "사실상 또 하나의 사법기관이 탄생하는 셈"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법무부와 검찰은 부방위에 의견서를 보내 "기업을 상대로 설명자료를 요구하거나 실태조사에 응하라고 하는 것은 시장경제를 채택하고 있는 헌법하에서 기업의 자율성을 훼손하고 시장을 왜곡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김정욱.김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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