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들에 무료 도시락 배달-명덕여고 학생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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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24일 오후 서울 강서구 화곡동 장애인 복지시설인 '기쁜 우리 복지관' .찬바람 속을 헤쳐오느라 벌겋게 볼이 상기된 네 소녀가 "안녕하세요" 라고 큰 소리로 인사하며 복지관으로 들어섰다.

이들은 복지관 洪성철(31)주임이 미리 식당을 돌며 챙겨온 도시락을 담은 노란 바구니를 챙겨들고 도시락이 행여 식을세라 발걸음을 재촉했다.

이들이 가는 곳은 복지관에서 다시 마을버스를 타고 15분을 가야 하는 방화3동 장애인 영구임대아파트 단지. 이들은 집집마다 찾아다니며 도시락을 전달했다.

화곡동 명덕여고 1학년 1반 孫진영.李효숙.李선영.徐자영(16)양. 이들은 매주 수.금요일 학교 수업이 끝나면 장애인들에게 도시락 나르기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가장 먼저 이 일을 시작한 건 진영이. 지난 10월 학교 게시판에 걸린 복지관 홍보 포스터를 보고 스스로 찾아간 뒤 효숙.선영.자영이가 뒤를 이었다.

이들이 하루 저녁에 나르는 도시락은 25개. 바다장터.고향한우마을.로망스.소평순대 등 4곳의 복지관 주변 식당이 도시락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학교-복지관-장애인 가정-복지관-집으로 이어지는 버스비는 각자 용돈을 아껴 충당한다.

여학생들에겐 적지 않은 돈이지만 "용돈을 아껴 자원봉사에 필요한 차비를 마련하는 것도 자원봉사의 하나" 라는 게 예쁜 소녀들의 말이다.

최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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