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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T '금세기 12대 경영실수'] 카네기 채권대신 주식받았더라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9면

지난 85년 코카콜라의 로베르토 고이수에타 회장은 전 임직원을 모아놓고 중대 발표를 했다. 코카콜라의 맛이 더 이상 소비자들에게 어필하지 못하고 있으므로 더 달게 한 '뉴 코크' 를 개발하겠다는 것이었다.

"시음 테스트 결과 많은 소비자들이 현재의 코카콜라보다 더 단 맛을 원한다" 는 보고서가 이곳저곳에서 올라갔기 때문이었다. 이후 대대적인 투자가 이뤄졌고 화려한 선전 속에 '뉴 코크' 가 출시됐다.

그러나 결과는 대실패였다. 코카콜라의 기존 고객들이 대거 등을 돌리자 결국 회사측은 '뉴 코크' 를 3개월만에 거둬들였다.

뉴욕타임스는 20일 "20세기는 미 기업들의 성공신화로 점철돼 있는 것 같지만 사실 엄청난 경영상의 실수와 판단착오도 많았다" 고 전하면서 '금세기 최악의 경영 실수와 판단착오 12선(選)' 을 선정해 발표했다.

◇ 주식시세표 하나 때문에〓2차대전 직후 경제지 시장을 놓고 각축전을 벌이던 월 스트리트 저널(WSJ)과 저널 오브 커머스의 운명은 저널 오브 커머스의 자충수 하나로 쉽게 결론이 났다.

커머스측이 51년 "제작비용이 많이 들고 일반인들의 관심이 낮다" 며 주식시세표를 지면에서 삭제키로 결정한 후 커머스는 발행부수가 1만7천부밖에 안되는 군소신문으로 전락했다. 반면 WSJ은 1백75만부를 발행하는 대형 신문으로 성장했다.

◇ 우유가 된 맥주〓70년대초 미국내 2위 맥주회사였던 슐리츠는 맥주 생산기간을 기존의 12일에서 4일로 단축하기 위해 제조공정을 바꿨다. 그리고 맥주 보관기간을 늘리기 위해 각종 첨가제를 넣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 첨가제가 거품 안정제와 상호작용을 일으키며 맥주가 우유처럼 변해 76년 대대적인 회수소동을 빚었다. 이후 슐리츠는 군소업체로 전락했다.

◇ 주식이냐 채권이냐〓철강왕으로 유명한 앤드루 카네기는 1901년 US스틸에 카네기 스틸을 매각하면서 주식이 너무 과대평가돼 있다는 확신에 따라 주식 대신 5% 금리의 채권으로 2억5천만달러를 받았다.

그러나 주가는 이후 계속 상승했다. 카네기로서는 록펠러를 능가하는 최고 갑부로 올라 설 기회를 놓친 셈이다.

◇ 경영 풍토차이가 6천만달러 날려〓텍사스 출신의 거부 로스 페로는 70년 닉슨 행정부의 요청으로 파산직전에 있던 기업인 프란시스 I. 듀퐁에 6천만달러를 투자했다.

그러나 "텍사스 촌뜨기와는 같이 일하고 싶지 않다" 는 월가의 텃세 때문에 갈등을 겪다 경영권을 포기, 투자금을 고스란히 날렸다.

이밖에도 ▶81년 퍼스널 컴퓨터 산업을 개척하면서 정작 운영체제(OS)에 대한 기득권을 확보하지 못한 IBM▶동업자와의 갈등으로 경영에서 손을 떼고 주식까지 처분해버리는 바람에 막대한 이익을 놓친 시어스의 공동창업자 리처드 워런 시어스▶시너지 효과 창출에 실패하고 결국 분리되고만 91년 AT&T와 NCR의 합병 등도 선정됐다.

이와 함께 ▶경영다각화에 실패한 미 철도회사들▶세브론의 인수 제의를 거부한 아맥스(Amax)▶2차대전이후 대공황을 예상해 투자를 축소하는 바람에 몰락을 초래한 시카고의 소매업체 몽고메리 와드 ▶76년 거액을 8% 고정금리의 국채에 투자했다 금리가 치솟는 바람에 구제금융을 받아야 했던 당시 펜실베니아주 최대은행 퍼스트 펜실베니아 은행 등도 '12대 실패' 대열에 포함됐다.

김현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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