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발언대] 21세기엔 디자인 산업 육성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한 세기가 저물어 가면서 온통 새로운 천년에 대한 기획과 구상이 한창이다.

지나온 1백년보다 최근의 10년이 더 급속도로 변화.발전한 만큼 우리 생활의 양상도 그야말로 눈부시게 변모되고 있다.

한 시대의 획을 긋고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이행하고 있는 거대한 사회변화 속에서 디자인이 할 수 있는 역할은 무엇일까.

터키 변방에서 발굴된 네안데르탈인의 무덤에선 규칙적으로 배치된 꽃다발이 발견됐다.

그 꽃은 인근에서 자생(自生)하지 않는 것으로 장례식을 위해 먼 지방에서 공수된 것이다.

디자인은 흔히 전문가들이 수행하는 특별한 행위로 인식되고 있지만, 이렇게 오랜 옛날부터 생활 속에서 우리의 삶을 인간답게 해주는 하나의 요인으로 작용했던 것이다.

사실 우리 주위를 둘러보면 디자인이 아닌 것이 없다.

우리가 입는 옷에서부터 생활용품.도시시설물.우주선까지 우리는 디자인을 '먹고 생활하고 있다' 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 소비자기구가 연 가구소득 2만5천달러 이상의 여성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1백대 브랜드 상품조사에서 순위에 든 한국 기업 제품은 하나도 없었다.

영국의 인터브랜드사가 매년 발표하는 세계 1백대 브랜드 가치 조사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여전히 우리 제품은 하나도 없었다.

'물론 최근 들어 우리 사회에서 디자인에 대한 관심과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지만, 이것이 세계시장에서 현재 받아들여지고 있는 우리 상품의 현주소인 것이다.

이는 지금까지 우리가 디자인의 의미를 기술개발이 끝난 상품의 외관을 단순히 꾸미는 것쯤으로 잘못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경제발전과 소득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삶의 질에 대한 중요성이 높아지고, 인간적인 가치와 감성이 중시될 21세기 시대에 디자인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특히 생활의 편리함을 보장해주기 위해 어떤 디자인을 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초미의 관심사가 된다.

몇몇 소비재의 경우 이미 기술적 한계에 이르러 '기술발전에 의한 기능향상' 보다는 '사용자를 어떻게 만족시키느냐는 편리함' 이 보다 중요한 과제가 된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세계의 기업들은 지금까지의 '연구개발 후 디자인 개발개념' 을 벗어나 디자인이 주도하는 디자인 개발체제로 변하고 있다.

다른 제품과 차별화시켜주며 소비자의 감성과 개성을 만족시켜주는 제품만이 다음 세대에서 살아남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2000년 '세계그래픽디자인대회(icograda)' , 2001년 '세계산업디자인총회(ICSID)' 등 세계 디자인계의 양대 행사를 지난 97년 서울에 유치했다.

우리는 이를 절호의 기회로 삼아 새로운 세기에는 세계 디자인계에 우리의 비전을 제시해야 하고, 이를 위해 디자인 관련 각 단체들은 철저한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특히 세계적인 양대 디자인 행사의 주제가 '어울림' 이니 만큼 개최국으로서 이에 걸맞은 모범을 보여야 할 것이다.

분야와 상관없이 이제는 국내 모든 디자이너가 서로 협조해, 모름지기 이번 대회를 우리 디자인의 발전을 위한 다시 없는 기회로 생각하고 혼신의 힘을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김철호한국디자이너협회 회장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