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위기 바꾸는 검찰…"일단 지켜보자" 차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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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박주선 전 청와대 법무비서관이 소환된 20일 대검 분위기는 의외로 차분했다.

검찰 내부에 "일단 수사결과를 지켜보자" 는 공감대가 이뤄져 수뇌부와 수사팀간 갈등도 진정국면에 들어선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이종왕(李鍾旺)수사기획관의 사표제출로 표면화된 검찰내 상.하조직간의 미세한 간극(間隙)은 여전했다.

박순용(朴舜用)검찰총장은 이날 오전 주례 간부회의에서 다시 한번 입조심을 당부했다.

朴총장은 "수사결과에 대한 책임은 모두 내가 진다. 경거망동하지 말고 오해 살 소지의 발언을 삼가라" 고 주지시켰다.

신승남(愼承男)대검차장도 검사장급 간부들을 모아놓고 "수사를 중단하라고 한 것도 아니고 뭔가를 숨기라고 한 것도 아닌데 수사팀과 무슨 갈등이 있겠느냐" 고 해명했다.

수뇌부는 조직 안정에 '뜨거운 감자' 가 돼버린 李기획관 사표 처리 문제에 대해서도 해법을 내놨다.

본인의사와 상관없이 직권으로 당분간 휴가처리한 뒤 재차 설득해 보기로 한 것이다.

愼대검차장은 "李기획관이 수개월 동안 계속된 중수부 수사를 지휘하느라 몸과 마음이 모두 지칠대로 지쳤을 것" 이라며 "쉬면서 차분히 생각해보면 마음을 돌리지 않겠느냐" 고 말했다

그러나 정작 갈등의 발단이 된 朴전비서관 처리문제에 대해선 아직도 여진(餘震)이 남아있는 듯 했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심증은 충분하지만 사실에 기초해야지 예단을 가지고 대충 얼버무려 처리할 순 없지 않으냐" 며 "물증이라는 문건도 그것이 곧바로 범죄혐의로 연결시킬 수 있는 것인지 따져봐야 한다" 고 말했다.

"물증이 1백% 확보돼 있다" 는 李기획관의 생각과는 크게 다른 것이다.

반면 수사팀은 李기획관 사표제출 이후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주말을 이용해 사직동팀 관계자들을 다시 불러 보강조사를 벌였는가 하면 지난번 조사 때와는 달리 박만(朴滿)주임검사가 직접 朴전비서관에 대한 조사를 맡았다.

금명간 내려질 수뇌부의 최종 판단을 수사팀이 납득할 수 있을지 여부가 검찰갈등의 마지막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김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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