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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금감위장 "은행 자율합병 불가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3면

내년부터 은행 합병바람이 다시 불 전망이다.

이헌재(李憲宰)금융감독위원장은 16일 금융연구원 주최로 열린 '21세기 금융산업, 원년의 과제' 강연에서 "내년 이후 우선 은행부터 1년에 한번 이상 후순위 채권을 시장가격대로 발행하도록 의무화할 방침" 이라며 "이렇게 되면 정부가 강제하지 않아도 주가.후순위채 금리 등 시장기준에 의해 은행간 성적표가 매겨지고, 따라서 금융기관들간에 퇴출을 피하기 위한 자율합병 등이 불가피할 것" 이라고 전망했다.

주식시장에서 우량은행과 부실은행의 주가가 차별화될 수밖에 없는데다 은행별로 발행한 후순위 채권도 기관투자가들이 은행 실력에 따라 금리를 차등화해 인수해 갈 것이기 때문에 자연 시장에서 우량.부실은행이 판가름난다는 설명이다.

李위원장은 또 금융 겸업화 과정에서 금융지주회사 설립이 필요할 경우 이를 허용해줄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와 함께 국유화한 금융기관은 주가에 연연하지 않고 정부지분을 조기에 팔아 공적자금을 가능한 한 빨리 회수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금감위 관계자는 이와 관련, "국영화한 금융기관의 지분매각은 외국계 위탁경영자에게 10~20%를 넘겨주는 '서울은행 방식' 도 고려 중" 이라고 말해 공적자금이 투입된 대형 시중은행 중 한두 곳이 사실상 외국인 손에 넘어갈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이에 따라 국내 은행들로선 금융기관간 업무 장벽이 헐리고 외국계 은행 등과의 시장경쟁이 본격화되는 내년부터 인수.합병을 비롯, 다양한 전략적 제휴를 통해 살아남기 경쟁을 벌여야 할 전망이다.

이미 은행가에선 H.S은행 등 중형 은행들간 합병설이나 또다른 H은행의 외국계 은행과의 합병설 등이 꾸준이 나돌고 있다.

이와 관련, 한 시중은행장은 "금융환경이 급속도로 변해 국내 은행들로선 생존차원의 추가 합병이 불가피하다" 며 그러나 "당장은 외자유치나 전략적 제휴 등을 우선 모색할 것으로 예상되며, 실제 인수.합병은 2~3년쯤 뒤에나 가능할 것" 으로 전망했다.

이정재.신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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