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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전선 향해 수놓은 통일의 작은 꿈-설치작가 강익중 동심담은 엽서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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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8면

"통일이 되면…백두산 천지에서 목욕하고 싶어요. 어~ 물이 좋은데!" "(남북한은)같은 크레파스임에 불구하고 서로 다른 색깔을 칠해가고 있습니다" "(분단은)반으로 찢어진 지폐의 가치. 하나가 되어야만 가치 발휘가 되는 것. 통일" .

미국.영국.프랑스.그리스 등 해외교포 어린이를 포함, 초.중.고등학생 5만 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밀레니엄 프로젝트 '십만의 꿈' 에 접수된 어린이들이 말하는 '통일이 되는 꿈' 이다.

오는 22일 파주 통일동산 헤이리 아트밸리에서 2000년 1월 31일까지 펼쳐지는 이 행사는 한별텔레콤과 학고재화랑, 전시기획사 ACS(아트컨설팅서울)의 후원으로 재미 설치작가 강익중(39)씨가 기획했다.

강씨는 97년 베니스 비엔날레 특별상을 받았고 올해 독일의 유명 미술관인 루드비히 뮤지엄의 '글로벌 2000' 에 20세기를 대표하는 예술가로 백남준.피카소 등과 함께 선정된 세계적 작가다.

"어린이들의 천진한 눈을 통해 통일을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전 세계 공통언어인 예술을 빌어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어른들이 아니라 아이들의 자유로운 상상으로 화해와 화합을 이끌어 내자는 것입니다. "

지난 7월 그는 어린이들에게 가로.세로 3인치(7.62㎝)크기의 엽서를 발송해 '나의 꿈' 에 대한 그림을 그려달라고 요청했다. 엽서에는 왜 이 프로젝트를 하며 어떤 식으로 꾸며나갈지를 차근히 설명하는 편지를 동봉했다.

16일 현재 회수된 그림은 4만4천6백개. 통일에 대한 얘기도 있지만 먹고 싶은 것, 갖고 싶은 것, 만나고 싶은 사람 등 평범한 소망도 담겨 있다.

그는 이 그림을 나무판에 붙여 휴전선과 불과 3㎞ 떨어진 통일동산 특설전시장에 걸고 있다. 3천5백평 부지에 6백m 길이로 마련된 대형 비닐하우스 전시장은 누에고치를 연상시키듯 꾸불꾸불한 모양. 건축가 민선주씨가 설계한 이 비닐하우스는 농부가 씨앗을 뿌리고 정성을 다해 가꿔 수확하듯 어린이들의 꿈을 키우고 일군다는 의미다.

또 강씨가 어린이들과 꿈에 대해 인터뷰한 내용을 찍은 비디오가 전시장에서 상영된다.

'십만의 꿈' 에서 남한 어린이들이 담당한 5만을 뺀 나머지 5만은 북한 어린이들의 몫이다. 강씨는 "올 초부터 북한측 참가를 위해 협상을 벌이고 있으나 아직 확답을 듣지는 못하고 있다" 며 "전시 기간 중에 성사가 안 되더라도 북한 어린이들의 그림을 받아 향후 통일을 대비하는 기념물로 활용할 계획" 이라고 밝혔다.

또 이 프로젝트는 인터넷에 사이트(http://www.100000dreams.net)를 마련, 취지에 공감하는 이들에게 그림 파일을 올리게 함으로써 전세계적 참여도 이끌어낼 참이다. 전시가 끝나면 독일의 아시아 파인아트 베를린 주관으로 독일 순회전이 열린다.

이와 함께 94년 미국 휘트니미술관에서 백남준과의 2인전 '멀티플-다이얼로그' 로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았던 그가 5년 만에 자신의 예술적 스승이자 동료인 백남준과 랑데뷰하게 돼 화제다.

오는 31일 오후6시 임진각에서 펼쳐지는 통일기원제 'DMZ 2000' 의 대미를 장식하는 것. '십만의 꿈' 을 상징하는 1천개의 그림과 1천개의 메시지가 하늘에서 뿌려진다.

월금(당나라 비파)과 첼로 모양으로 된 백남준의 TV 조각 옆에 설치된 대형 멀티비전에 인터뷰 비디오도 방영될 예정이다. 02-723-6277~8.

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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