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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매카트니 36년만에 비틀스 결성한 고향 술집서 연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1960년 6월 영국 리버풀의 가난한 노동자 가정 출신 청년 4명이 록그룹을 결성했다.

독일 함부르크의 싸구려 술집 무대에서 실력을 다진 이들은 이듬해 리버풀로 돌아와 매튜 거리의 한 허름한 클럽에서 공연을 시작했다.

힘있고 경쾌한 사운드, 엘비스 프레슬리를 뛰어넘는 새로운 록의 해석, 기존 질서에 반항하는 듯한 더벅머리 헤어스타일 등 독특한 개성과 음악으로 이들은 60년대 숨가빴던 청년문화의 상징이 됐다.

비틀스의 전설은 바로 이 리버풀의 작은 술집 캐번클럽에서 시작됐다.

14일 밤(현지시간) 비틀스의 요람인 이 캐번클럽에서 다시 비틀스의 노래가 흘러 나왔다.

존 레넌과 함께 비틀스를 이끌었던 폴 매카트니의 공연이 벌어진 것이다.

'플리즈 플리즈 미' 라는 앨범으로 전국적 인기를 끌게 된 비틀스가 63년 캐번클럽을 떠난 지 36년 만이었다.

사실 이날 무대는 엄격하게 말하면 36년 전 그대로는 아니었다.

비틀스가 2백80번의 공연을 했던 원래의 클럽이 주차장으로 바뀌는 바람에 캐번클럽은 인근으로 옮겨야 했기 때문이다.

또 70년 4월 공식 해체된 비틀스의 멤버가 모두 다시 모인 것도 아니다.

대신 핑크 플로이드의 데이브 길모어와 딥 퍼플의 이언 페이스가 매카트니 밴드의 멤버로 출연해 비틀스의 향수를 달랬다.

"캐번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다시 돌아와서 감개무량합니다" 라는 인사말로 공연을 시작한 매카트니는 40여분간 13곡의 노래를 불렀다.

무대 앞을 꽉 메운 3백여명의 팬들은 특유의 왼손잡이용 베이스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는 매카트니에게 열광했다.

관객이 몰리다 보니 절반은 추첨을 통해 표를 배정해야 했다.

이들 중에는 비틀스에 빠져 아예 존 레넌으로 이름을 바꿔버린 18세 소년도 있었다.

클럽 밖 샤바스 공원에는 1만5천여 군중이 추운 날씨속에서도 대형 비디오화면을 통해 공연실황을 지켜봤다.

매카트니는 공연후 "캐번클럽보다 더 좋은 무대는 없을 것" 이라며 "우리는 록으로 세상과 시대를 뒤흔들고 싶었고 실제로 이 꿈을 이뤘다" 고 비틀스 시절을 회상했다.

'렛잇비' '예스터데이' 등 비틀스 히트곡의 대부분을 작곡하고 직접 노래를 불렀던 매카트니는 97년 영국 여왕으로부터 기사 작위를 받았으며, 레코드 인세 등으로 매년 1억달러 이상의 수입을 올리고 있다.

최근에는 지난해 사별한 아내의 뜻을 받들어 동물보호운동에도 앞장서고 있다.

이현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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