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산림기획 숲에 미래가 있다 [1] 세계 식목사업의 기적 ‘백두대간 녹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1면

산림 복원이 진행되고 있는 대관령 백두대간 능선을 산림청 직원들이 둘러보고 있다. 거센 바람탓에 10년 전에 심은 전나무가 어른 키에도 못 미친다.

옛 영동고속도로가 지나던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면 횡계리. 지난달 21일 백두대간 마루금(능선 줄기)인 이곳에는 바람이 거셌다. 거대한 풍력발전기가 쉼 없이 돌아갔다. 1㏊ 정도인 이곳에 큰 나무는 없었다. 산철쭉 같은 작은 나무와 야생화가 바람을 막아주는 높이 2m의 나무 울타리 안쪽에서 자라고 있었다.

산림청 양양국유림관리소 윤상호(52) 자원조성팀장은 “워낙 바람이 거세 산림을 복원하기 위해 2008년 봄 100m 길이의 나무 울타리를 세울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산림 복원전에 있던 낡은 지하벙커 시설(위)을 헐어내고, 산림 복원을 위해 바람막이용 울타리를 설치한 모습(아래). [대관령=오종택 기자]

2007년 봄까지만 해도 이곳은 벙커·참호·탄약고·연병장 등 각종 군부대 시설(면적 0.5㏊)이 널려 있었다. 대부분 지하시설물이었다. 그 위에선 나무가 제대로 자랄 수 없었고 잡초만 무성했다. 한반도의 생태 축인 대관령 백두대간 마루금 아래가 콘크리트 덩어리로 가득 차 있었던 것이다.

산림청은 2007년 봄 군부대를 설득해 용도 폐기된 시설을 뜯어냈다. 지하 벙커의 콘크리트는 두께가 1.5m나 되고 견고해 철거하는 데 애를 먹었다. 지난해 5월 군 시설을 철거한 곳에 산철쭉 2만4000그루와 야생화 2만1000포기를 심었다. 억새·참싸리 같은 식물의 씨앗과 비료를 뿌렸다.

윤 팀장은 “지난해 봄 현장답사를 다닐 때엔 눈이 쌓여 설피까지 구해 신고 다닐 정도로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올여름 예쁘게 피어난 벌개미취와 구절초 꽃을 보고는 다 잊었다”고 말했다.

대관령의 산림복원사업은 1970년대 중반부터 시작됐다. 산림청 치산복원과 심기호(52) 사무관은 “대관령에는 군사시설뿐 아니라 70년대에는 화전(火田)으로 숲은 불에 탄 곳이 많았다”고 말했다. 당시 정부는 콘크리트와 싸릿대로 바람막이 울타리를 치고 전나무를 심었다. 바람을 덜 맞는 쪽은 이때 심은 나무들로 울창한 숲이 됐다. 그러나 주능선은 여전히 허허벌판이었다. 바람 탓이다. 정부가 묘안을 짜내 주능선에 모기장 같은 바람막이 그물을 치고 그 안에 전나무를 심었다. 그런데 매년 10~15㎝ 정도 자라는 데 그쳤다. 10년 지난 전나무의 키는 겨우 1m 남짓이다. 숲이라기에는 초라하다.

그래도 윤 팀장과 심 사무관은 백두대간 생태계 복원에 큰 자부심을 갖고 있다. 이들은 이 지역의 산림복원 현장을 30년간 지켜왔다. 이들은 “백두대간 산림복원은 세계적으로 성공한 우리의 산림복원 성과에 마지막 한 획을 긋는 사업이 될 것”이라며 “정말 힘든 이곳을 제대로 복원한다면 세계 어디든 복원하지 못할 곳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산림청은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14억3000만원의 예산을 들여 백두대간 15곳의 15.8㏊를 숲으로 바꿨고 올해는 7억6000만원을 들여 8곳을 복원하고 있다. 2015년까지 215곳(850㏊)을 복원할 계획이다. 시간이 오래 걸리고 돈도 많이 들어서 한꺼번에 할 수는 없지만 차근차근 백두대간을 복원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특히 산림청은 지난 30여 년간 해 온 치산·녹화정책과는 다른 방식으로 백두대간을 복원한다. 단순히 빽빽한 산림을 만들어 보기 좋게 산을 꾸미는 것보다는 다양한 생물들이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는 산림 생태계를 가꾸는 쪽으로 방향을 튼 것이다.

심 사무관은 “기존의 정책이 숲을 만들기에는 효율적이고 성공적이었지만 생태계에 대한 배려가 미흡했다”며 “생태계가 살아나면 그 옛날 야생동물이 뛰어노는 원래의 모습과 흡사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대 윤여창(산림과학부) 교수는 “백두대간이나 고랭지 채소밭 등의 생태복원 프로젝트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이를 바탕으로 북한이나 몽골·인도네시아·필리핀 등의 황폐화된 산림을 복원하는 데 참여하면 한국의 국가 위상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본 기사 취재는 산림청 녹색자금의 지원으로 진행됐습니다.

특별취재팀=강찬수·강갑생·장정훈·최선욱 기자, 사진=오종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