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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중앙서울마라톤] 1~5위 케냐, 노란 길 위에 검은 바람 거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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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2시간9분00초로 1위를 차지한 프란시스 라라발(케냐)이 시상식에서 축하 박수에 답례하고 있다.

늦깎이 마라토너 프란시스 라라발(31·케냐)이 2009 중앙서울마라톤에서 깜짝 우승을 차지했다. 라라발은 1일 서울 잠실∼성남을 돌아오는 42.195㎞ 풀코스에서 벌어진 대회에서 2시간9분00초로 가장 먼저 결승 테이프를 끊었다. 케냐는 1위부터 5위까지 휩쓸었다.

라라발의 생애 첫 마라톤 우승은 따라잡고 따라잡히는 명승부 끝에 나왔다. 골인을 코앞에 둔 잠실주경기장 트랙에서 숨 막히는 추월 드라마를 연출한 라라발과 데이비드 만다고(35·케냐)의 역주는 중앙서울마라톤 사상 최고의 명승부 중 하나로 남게 됐다.

라라발은 이번 대회 참가 선수 중 가장 좋은 하프 기록(59분26초) 보유자다. 그러나 풀코스는 초보였다. 올 3월 풀코스 데뷔전이었던 파리마라톤에서 2시간9분13초로 12위에 올랐던 것이 그의 이력의 전부다. 7개월 만에 개인 최고기록을 13초 줄여 생애 첫 우승을 맛봤다. 이번 대회엔 개인 최고기록 2시간6분대 선수가 대거 나왔다.

승부처는 38㎞ 지점이었다. 선두그룹에서 2~3위를 유지하던 라라발이 선두로 치고 나갔다. 만다고와 치른 접전의 서막이었다. 만다고는 39㎞ 지점에서 라라발을 따라잡았다. 라라발은 42㎞ 지점에서 다시 스퍼트를 했지만 잠실주경기장 트랙에 진입 직전 만다고에게 다시 추격을 허용했다. 레이스 종반 회심의 스퍼트가 무위로 끝날 땐 추격이 어려운 게 마라톤의 생리다. 하지만 라라발은 골인 지점 100m를 남겨둔 직선 주로에서 온 힘을 다했다. 그보다 키가 12㎝나 큰 만다고를 다시 따라잡았고 1초 먼저 골인했다. 라라발은 “만다고 선수의 실력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단번에 추월에 성공하리라 생각하지 않고 끈기 있게 뛴 것이 승리의 원동력”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라라발은 중앙서울마라톤을 통해 마라톤 왕국 케냐의 또 한 명의 복병으로 세계무대에 이름을 알릴 기회를 잡았다. 23살 때 하프 마라톤에 입문했지만 20대 중반까지만 해도 별 성적이 나오지 않았다. “훈련이 너무 힘들어 흥미가 없었다. 하지만 2007년 베를린하프마라톤에서 1시간 벽을 깨 2위에 오르면서 탄력이 붙었다”고 말했다. 라라발의 다음 목표는 2시간5분대 진입이다. 아직 멀어 보이지만 하프코스 기록이 59분대로 빠른 그에게 무리한 목표는 아니다. 그는 “ 첫 우승을 한 중앙서울마라톤은 환상적이었고 나의 전성기는 이제부터 시작이다”고 기뻐했다.

장치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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