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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개 기업 평균 PER 100배 넘었다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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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8호 26면

‘칼 한 자루를 위해 10년의 노력을 쏟다(十年一劍)’.
지난달 30일, 1998년 제2시장 개설 논의가 처음 시작된 지 11년 만에 ‘중국판 나스닥’인 ‘차이넥스트(創業板, 속칭 차스닥)’가 첫 거래를 시작했다. 앞서 23일 출범식이 열리기는 했지만 첫 거래는 이날부터였다.

30일 개장‘중국판 나스닥’ 차이넥스트

공모가가 비싸다는 논란에도 주가는 폭등했다. 28개 상장 종목 중 가장 적게 오른 종목의 주가가 76% 올랐다. 평균 상승률은 100%를 웃돌았다. 디지털 TV 장비를 만드는 진야커지(金亞科技)는 11.3위안에서 35위안까지 하루 새 210% 올랐다. 주가 급등으로 전 종목이 한 번씩 거래가 중단됐다. 장 초반 5분간은 거래대금이 60억 위안(약 1조398억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이날 주가가 급등하면서 공모 당시 평균 57배이던 주가수익비율(PER)은 116배까지 치솟았다. 화이슝디의 PER는 173배에 달했다. PER은 주가를 주당순이익으로 나눈 값으로 값이 클수록 고평가됐다는 의미다. 국내 증시의 PER은 12~13배다. 훙르(紅日)제약은 106.5위안(1만85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거래 전 상하이나 선전 A증시에 상장된 기업들보다 주가가 비싸면 외면받을 수 있다는 우려는 그야말로 기우였다.

주가를 밀어올린 것은 미래 성과에 대한 기대감이다. 중국 쓰지(世紀)증권에 따르면 28개 기업의 2006~2008년 영업이익은 연평균 34%, 순이익은 46%씩 증가했다. 터루이더(特銳德)·지펑눙지(吉峰農機)·왕쑤커지(網宿科技) 등 3개 기업은 영업이익 증가율이 연 50%를 웃돈다. 순이익 증가율이 100%를 넘는 기업도 4개나 된다. 순이익이 3년간 연 100%씩 늘었다는 것은 2005년 100억원을 벌던 회사가 2008년에는 800억원을 벌게 됐다는 의미다.

그러나 성장성을 감안한다고 하더라도 PER 100배는 지나치게 비싸다. 2000년 정보기술(IT) 버블 당시 미국 증시의 PER는 20~30배 수준이었지만 나스닥의 인터넷 주식들은 보통 PER 100배, 심지어는 300배 수준까지 주가가 급등했다. 이후 IT 거품이 꺼지면서 5000여 개 나스닥 상장 기업 가운데 1000개 넘게 시장에서 퇴출됐다. 멀리 갈 것도 없다. IT 버블 당시 코스닥 시장을 호령했던 새롬기술은 포스코나 현대차보다도 시가총액이 컸다. 그러나 버블 이후 주가는 99% 폭락했다.

‘인생역전’의 꿈을 품고 중국의 개인 투자자들이 차이넥스트 시장으로 몰려 들지만, 현재로서 국내 투자자들이 차이넥스트 시장에 투자할 수 있는 길은 별로 없다. 선전에 개설된 차이넥스트는 중국 본토인들만이 거래할 수 있는 시장이다. 외국인 투자는 불가능하다. 펀드를 이용한 간접투자도 어렵다. 미래에셋자산·삼성투신·한국투신·푸르덴셜자산운용 등은 본토인들만 투자할 수 있는 A증시 자격(QFII)이 있지만, 규모가 작고 상장 기업들의 주가가 고평가됐다는 판단에 따라 일단은 투자를 않겠다는 방침이다.

차이넥스트에 중국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면서 A증시에서 자금이 이탈할 가능성도 있다. A증시의 하락이 우려된다. 그러나 차이넥스트의 상장 기업수는 28개로 규모가 작기 때문에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한다. 실제로 30일 중국상하이종합지수는 1.2% 상승했다.

오히려 차이넥스트 기업들의 성장성이 부각되면서 중국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이 수혜를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차이넥스트 업체와 같은 분야의 국내 기업들이 재평가를 받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미국 나스닥 시장에 구글이 상장하면서 NHN이 시장의 조명을 받은 것과 같은 맥락이다. 직접적인 수혜가 기대되는 곳은 향후 차이넥스트 상장 가능성이 있는 중국 기업을 계열사로 둔 3노드디지탈ㆍ파인디앤씨ㆍ옴니텔 등이다. 상장 차익 및 지분법 이익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30일 이들 기업의 주가는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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