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카드 수수료 싸움 커진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7면

가맹점 수수료 인상을 둘러싼 비씨카드와 이마트 간의 분쟁이 전체 신용카드사와 할인점 업계의 대결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비씨카드와 이마트 간의 갈등이 타협점을 찾지 못하는 가운데 다른 카드사들이 롯데마트와 홈플러스 등 할인점에 수수료 인상 및 재협상을 요구하고 나섰다.

그러나 정부 당국은 '개입 불가' 방침을 고수하고 있어 추석을 앞두고 전체 할인점에서 신용카드를 쓸 수 없는 최악의 '카드 대란'이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워졌다.

비씨카드에 이어 LG카드는 7일부터 이마트 전 점포에 대해 수수료를 올리겠다고 3일 통보했다.

LG카드는 이날 '이마트가 수수료 조정 협상에 응하지 않으면 7일부터 가맹점 수수료율을 현행 1.5%에서 2.2%로 일괄적으로 올릴 방침'이라는 공문을 전달했다.

LG카드 관계자는 "현재의 할인점 수수료 체계는 매출이 늘수록 적자도 늘어나는 비정상적인 상황"이라며 "특히 비씨카드 등 다른 카드사들이 가맹점을 해지해 LG카드가 결제를 떠맡게 되면 적자가 더욱 커진다"고 설명했다.

삼성카드 역시 이마트에 11일까지 가맹점 수수료 인상과 관련된 재협상을 요구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5월 제휴 가맹점인 이마트와 협상해 수수료를 0.9%에서 1.5%로 올렸는데 여전히 원가에 못 미쳐 재협상하자는 공문을 보냈다"고 밝혔다.

앞서 KB카드도 이마트가 수수료 인상 협상에 나서지 않으면 6일부터 수수료 인상을 단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맞서 이마트는 2일 비씨.KB카드를 가격 차별을 통한 불공정 행위를 했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추가 제소 했다.

이마트는 '차별적 취급'으로 이마트가 매출 및 기업 이미지에 손실을 볼 경우 비씨카드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KB.LG카드 등 카드사들은 홈플러스.롯데마트 등 여타 할인점에도 수수료 인상을 위한 협상을 요구했지만 할인점들의 반발이 거세 최악의 경우 전체 할인점 업계가 신용카드 결제를 거부할 가능성도 있다.

한 할인점 업계 관계자는 "KB.LG카드 등의 가맹점 수수료 인상 방침을 수용할 수 없다"며 "만약 인상을 강행한다면 가맹점 계약을 해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공정거래위원회와 금융감독위원회 등 관계 당국은 "카드 분쟁은 시장원리에 맡겨야 할 사안으로 당국의 개입은 불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업계 일각에선 카드사 등에 대한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를 조사 중인 공정위가 분쟁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카드사와 전국가맹점사업자협의회 등을 강도 높게 압박하면 카드 분쟁이 추석 이전에 타결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희망적인 관측을 내놓기도 했다.

양선희.표재용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