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계 고교 학생 가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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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서울지역 공고(전자공고).상고(정보산업고)등 실업계 고교가 10일 내년도 신입생 원서접수를 마감한 결과 전체 79개 학교 가운데 절반이 넘는 40개 학교가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대규모 미달사태가 빚어졌다.

서울시교육청 잠정집계 결과 주.야간 79개 학교(공고 35개.실업 및 상고 44개)의 모집정원은 3만6천1백62명이었으나 5천2백68명이 부족한 3만8백94명이 지원해 예년의 경쟁률 가운데 가장 낮은 0.85대1이었다.

계열별로는 공업고 미달현상이 극심해 1만4천7백명 모집에 1만1천6백79명이 지원, 0.79대1의 낮은 경쟁률을 보였다.

이에 따라 한국교원노조는 '실업고 붕괴 대책위원회' 를 구성해 11일부터 서울시교육청.교육부에 대책마련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기로 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실업계 고교 지원자가 해마다 줄어들자 지난해 실업계 야간 1백44개.주간 24개 학급을 줄여 올해 모집인원을 작년보다 1만여명 줄였다.

이처럼 실업계 고교 지망학생이 줄어드는 것은 졸업생 취업률이 96년 84.7%를 기록한 이후 97년 71.6%, 98년 69.9%로 갈수록 떨어지는데다 실업계 고교에 대한 정부지원금마저 줄어들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97년 4억5백만원이었던 실험.실습기자재 수리비가 98년 1억6천만원으로 줄었다가 올해는 전액 없어져버려 실업계 고교 푸대접이라는 비난이 나오고 있다.

공고생 장학금도 98년 70억6천9백만원에서 99년 18억6백만원으로 크게 줄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상고.공고로 기본 골격을 갖추고 있는 실업계 고교 체제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 강무섭 기획실장은 "실업계 특성화 고교를 더 많이 신설하고 기존 실업계 고교를 특성화 고교로 전환해야 한다" 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신입생을 모집한 특성화 고교 가운데 한국애니메이션고교(경기도 하남시)는 9.4대1, 성택조리과학고(경기도 안산시)는 4대1 등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강홍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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