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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러시아·중국이 손잡는 이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보리스 옐친 러시아 대통령이 8, 9일 이틀간의 중국 방문을 마쳤다.

며칠 전 폐렴으로 입원했다 퇴원한 옐친 대통령이 건강상 부담을 무릅쓰면서까지 중국을 방문한 것은 그만큼 상황이 급박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사정이란 다름 아닌 미국의 공세에 대해 러.중 양국이 공동전선을 펴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는 것이다.

현재 체첸에 대해 최후공세를 펴고 있는 러시아는 무자비한 군사작전으로 미국 등 서방국가들로부터 지탄받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러시아는 같은 입장인 중국의 협조가 필요했다.

티베트 등 소수민족문제로 골치 아픈 중국은 미국이 체첸을 문제삼은 것을 '내정간섭' 이라고 비난하면서 러시아와 손뼉을 마주쳤다.

다음은 미국의 국가미사일방위(NMD)계획에 대한 반대입장이다.

러시아는 미국이 NMD계획을 추진할 경우 지난 72년 미.소가 체결한 탄도요격미사일(ABM)협정이 무효가 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중국도 미국이 일본과 공동으로 추진 중인 전역미사일방위(TMD)체제가 중국을 가상적(假想敵)으로 삼은 것으로 보고 TMD를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러.중이 손잡은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양국이 강대국으로서의 지위를 유지하려는 데 있다.

이를 위해선 미국의 독주(獨走)를 막아야 한다고 본다.

냉전종식 후 유일 초강대국으로 남은 미국은 정치.경제.군사 전분야에서 세계를 좌지우지함으로써 '팍스 아메리카나' 를 구가하고 있다.

러.중은 세계질서를 미국 중심의 단극(單極)체제에서 다극(多極)체제로 전환시키고자 한다.

그러나 러.중 접근이 앞으로 반미(反美)동맹체제로까지 발전할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그 이유는 양국 모두 미국과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국익(國益)에 보탬이 되기 때문이다.

국제문제 전문가들은 앞으로 양국 관계가 동맹관계 아닌 '편의상 친구' 관계에 머무를 것으로 평가절하하고 있다.

여기서 한가지 지적할 것은 체첸사태에 대한 그릇된 시각이다.

체첸사태의 본질은 러시아에 오랫동안 억압당해온 체첸인들의 독립 염원을 러시아가 억눌러온 것이다.

티베트에 대한 중국의 지배도 마찬가지다.

중국은 티베트를 반세기 넘게 점령하고 있으며, 티베트의 중국화(化)를 추진하고 있다.

이들 문제에 대한 외국의 인도적 관심 표명을 내정간섭으로 치부해선 안된다.

21세기는 국권(國權)보다 인권이 중시되는 시대다.

러시아와 중국은 소수민족문제를 강압 아닌 인도적 방법으로 해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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