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화성 선거…풀 죽은 與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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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국민회의 이만섭(李萬燮)총재권한대행은 10일 안성시장.화성군수 재.보궐선거 패배를 두고 "양당 공조를 위해 자민련 의견을 존중했지만 앞으로 연합공천을 이런 식으로 해서는 안된다" 고 정색했다.

한화갑(韓和甲)사무총장.김옥두(金玉斗)총재비서실장도 "공천이 잘못된 것이 패인" 이라며 연합공천 과정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했다.

재.보선 결과는 여권 전체에 미묘한 파장을 몰고 왔다.

수도권 패배라는 점도 그렇지만 연합공천 무용론이 아프게 각인된 때문이다.

자연스레 국민회의는 물론 자민련의 수도권 지구당위원장들을 중심으로 합당 불가피론이 급류를 타고 있다.

화성군수 선거 패배는 연합공천의 부작용이 집약된 대표적 사례로 지적됐다.

당초 국민회의는 야당 조직이 탄탄한 안성보다 화성쪽을 차지할 작정이었다.

그러나 자민련측이 화성군수 후보를 일방적으로 발표하자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안성시장 후보를 맡았다.

급기야 화성군수 후보로 검토됐던 국민회의측 인사가 무소속으로 출마한 것. '

화성에서 2위인 무소속(1만2천여표)과 3위 자민련(1만1천여표)후보를 합치면 1등의 한나라당 후보(1만7천표)를 앞선 점을 국민회의측은 강조한다.

국민회의 핵심 당직자는 "수도권 연합공천은 물건너갔음이 입증된 것" 이라며 "두 여당의 살 길은 한몸이 되는 것뿐" 이라고 역설했다.

반면 자민련'은 두 가지 기류를 드러냈다.

이양희(李良熙)대변인은 "옷 로비.언론대책 문건 사건 등으로 국민 신뢰를 얻지 못한 게 패인" 이라며 "보수 안정을 희구하는 국민의 정당으로 거듭나겠다" 고 했다.

국정 혼선을 패인으로 짚고 보수정당으로서 '독자행보' 를 은근히 강조한 것. 이는 합당에 부정적인 박태준(朴泰俊)총재의 입장이기도 하다.

반면 충격에 싸인 수도권 위원장들 사이에선 '합당 대세론' 이 점차 확산되는 분위기다.

한영수(韓英洙)부총재는 "소선거구제에서 자민련의 길은 합당밖에 없다" 고 주장했다.

경기 북부의 한 원외위원장은 "자민련은 공동여당을 떠나거나 합당하는 두 가지 선택뿐" 이라며 "그러나 김종필(金鍾泌)총리의 행보로 볼 때 독자정당은 물건너간 것 같다" 고 되뇌었다.

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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