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서산에 특구, 태안엔 기업도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4면

"서산에 '웰빙.레저 특구', 태안에 '관광레저형 기업도시'를 한꺼번에 만들겠다."

현대건설이 특구(特區)' 추진에 이어 지난달 태안군과 함께 기업도시 시범사업 지정 신청을 냈다. 부남호를 가운데 두고 양쪽의 현대건설 소유 서산 B지구 간척지(사진) 논 전부를 대규모 레저단지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일각에선 정부가 같은 지역의 비슷한 두개 사업을 모두 지정해 줄지 우려하고 있다. 서산간척지는 토지이용이 제한된 농업진흥지역(우량농토)으로 농림부의 개발 허용이 관건이다.

◆사업내용 판에 박은듯=특구.기업도시 모두 골프장이 주축이다. 현대건설측 계획에 따르면 18홀짜리 골프장이 특구에 3개, 기업도시에 9개가 들어선다. 총 216홀 규모다. 두 곳 모두 생태체험공원과 체육공원(스포츠파크)을 짓는다. 식량 증산을 위해 바다를 메워 만든 우리나라 최대 간척지가 초대형 골프장으로 변하는 것이다.

다른 점은 특구는 재정경제부, 관광레저형 기업도시는 문화관광부의 사업 심사를 받고 기업도시는 개발 기업이 세제 감면 혜택을 받는다. 서산시는 이달 말 특구 지정 신청을 할 계획이다.

◆"두 사업 모두 될까"=특구가 추진되고 있는 서산시 부석면 갈마리.송시리 일대 주민들은 요즘 현대건설측에 서운함이 크다.

서산쪽 B지구 175만평에 3500억원을 투자해 특구를 만든다더니 1년도 안돼 건너편 태안에 기업도시를 추진하니 당최 믿을 수 없다는 분위기다. 서홍석(49) 갈마1구 이장은 "특구 추진에 전력을 쏟아야 될 판에 현대가 너무 욕심부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3월 현대건설은 이번 기업도시 지역에 포함되는 태안군 남면 B지구 간척지 2만7000평에 33층 콘도미니엄(806실)을 비롯한 '당암리 휴양단지조성계획'을 태안군에 제출한 바 있다. 그런데 한달만에 이 휴양단지가 기업도시로 계획이 바뀐 것이다. 사업 면적은 470만평으로, 사업비는 8000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솔솔 부는 땅투기 바람=기업도시까지 추진되자 간척지를 '조각논'(300평)으로 나눠 파는 영농법인들만 신이 났다. "검증된 투자처"라며 "기업도시가 개발되면 인근 논까지 지목 변경해 개발할 수 있다"고 선전한다.

태안의 한 부동산 중개업자는 "기업도시 예정지와 인접한 관리지역 토지가 평당 15만원선으로 지난해 말에 비해 배이상 올랐다"고 말했다. 이평주 서산.태안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주민들은 땅값 상승을 기대해 찬성하고 있으나 거품이 가라앉으면 '우는 사람'이 나올 것"이라며 걱정했다.

조한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