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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훈 서울대 교수 '정신대=공창' 발언 파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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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영훈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이영훈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53)가 일제시대 정신대(일본군에 의한 성노예)문제와 관련 '상업적인 목적을 지닌 공창의 형태를 지녔다'는 일본 우익측의 주장을 대변해 논란이 일고 있다고 오마이뉴스가 3일 보도했다.

이 교수는 2일 밤 11시 MBC '100분 토론(주제:과거사진장규명논란)'에 참석, "한국전쟁 당시 한국군에 의한 위안소 문제나 미군부대 근처의 소위 택사스촌에 대한 한국인들의 반성과 성찰이 없다"며 "반면 일본의 경우 2000여 명의 위안소를 방문한 일본군의 고백록을 교훈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찬성쪽 패널로는 송영길 열린우리당 의원, 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 안병욱 가톨릭대 국사학과 교수가 나왔고 이들의 반대편에는 원희룡 한나라당 의원과 이영훈 교수, 우종창 <월간조선> 편집위원 등이 참석해 3시간 여에 걸쳐 토론을 벌였다.

이 교수는 "정신대 관련 일본에는 2000점의 자료가 있고 그런 일본학자들에 경의를 표하고, 국내학자들이 노력도 많았지만 거기에 의존한 바가 많았다. 거기에 보면 하나의 범죄행위가 이뤄지는 것은 권력만으로 이뤄진 것이 아니고 참여하는 많은 민간인들이 있다. 그리고 그 민간인들이 가령 팸프. 한국 처녀, 한국 여성들을 관리한 것은 한국업소 주인들이다. 그 명단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영훈 교수는 시종일관 정치권의 과거청산 문제를 지적하며 민간인 차원의 반성적 성찰을 강조했다. 그런 차원에서 친일진상규명법이 '일본군 위안부 강제동원에 적극 협력한 자'를 대상으로 삼은 것에 대해 "특정인을 법률에 의해 죄인으로 몰아 나머지 사람들을 역사의 원죄로부터 면죄시키는 효과가 발생한다"며 정신대를 관리한 한국인 업소 주인과 위안소에 들른 병사들의 고백과 성찰을 우선시했다.

그는 또 "지금 대한민국 수도 한복판에 여자를 쇼윈도우에 가둬놓고 성매매를 하고 있다"며 정신대 문제를 성매매 문제에 등치시켰다. 이에 패널들 간에 격론이 오갔다.

이에대해 송영길 의원은 "일제시대 정신대의 문제와 미군부대의 문제를 등치시키는 것은 잘못"이라며 "국가 권력에 의해 강제로 동원된 것이 아니라 상업적으로 돈을 벌기 위해 일종의 공창의 형태로 자발적으로 참여한 것이라는 주장은 일본 우익들의 궤변"이라고 반발했다.

송의원 주장에 대해 이 교수는 "조선통독부가 강제로 동원했다는 게 명백하다고 말했는데 누가 주장했나, 어느 학자가 주장한 것인가"라고 따지기도 했다.

이에대해 사회자인 손석희씨는 "정신대 문제를 성매매로 연결시키는 것은 무리가 있는 것 아닌가"라고 이 교수에게 되물었고 "정신대 문제가 한국전쟁과 해방 이후 한국에서 존재한 미군 위안부와 전혀 관계가 없다고 하는 인식이라면 대단히 유감"이라고 반박했다.

노회찬 의원은 노 의원은 이 교수를 향해 "일본의 책임이 없다는 것인가"라고 물었고 이 교수는 "관리한 책임이 있다"면서도도"민간인 문제를 따지지 말자는 건가"라고 되물으며 한국 민간인과 군인들의 반성을 강조했다.

이교수의 이같은 주장에 대해 3일 MBC와 서울대 경제학부 인터넷 게시판에는 이 교수의 발언을 비난하는 글들이 빗발쳤다. 일부에서는 이를 옹호하는 글도 있었으나 대다수는 기가 막히다는 반응이다.

독립후손(jkd1356)이란 ID를 가진 네티즌은 "사상의 자유 학문의 자유라고 할 성격이 아니라 자기 생각으로 타인의 마음에 칼을 꽂는 비열한 국가 범죄수준"이라며 이교수의 주장을 질타했다. 그는 이어 "우리 아버지 어버니 할머니 할아버지의 고통스럽고 한 스러운 삶 통째로병신 취급당한 꼴"이라고 한탄했다.

'보통사람'이라는 아이디의 네티즌은 "100분 토론을 보고 너무 화가 나서 이렇게 글을 올린다"며 "정말 이런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이 교수가 맞느냐"고 반문했다. 아이디가 '한국인'인 네티즌은 "위안부가 상업적인 매춘부라니 어이가 없다"며 "한국 최고 대학의 교수라는 이름을 걸고 사퇴하라"고 요구했다.

박미란씨는 "어제방송은 분노 그자체였습니다... 우리나라에 기득권 세력이 얼마나 무서운가라는걸 절실히 느꼈습니다..이문열씨가 한일 합방을 합법적이라 하고 이영훈교수가 일본군위안부가 돈벌러간 공창과 같다는말..그리고 입에 담기도 싫은 월간조선 기자양반의 반공애기에 잠을 이룰수 없었습니다.우리나라 최고의 학부에서 학생을 가르치는 분이 그런 생각과 이념을 가지고 있다면 정말 우리나라의 미래를 걱정하지않을수 없습니다"고 개탄했다.

송민수(HORUS7)씨는 "(정신대 할머니들이) 자발적으로 참가한 부분도 있다는 말을 듣는 순간 반론을 제기하다가 말실수를 한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뒤에 몇 번이나 자기의 확고하고 강한 주장을 일본학자들의 자료 운운하며 확신에 차 이야기 하는 그 눈빛을 보고 정말 내가 살고 있는 이 시대 한 최고 지식인의 인식에 무서워졌다"고 토로했다. 이어 송씨는 "정신대 할머니들이 만약 이 방송 보고 계시면 어쩌나 순간 걱정이 됐다"며 "할머니들께 대신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디지털 뉴스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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